말 그대로 ‘돈 밭’이었다.

경찰이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이모(53)씨의 밭을 3일 동안 샅샅이 수색한 결과 땅 속에서 현금 뭉치 수십 개가 발견된 것. 경찰이 돈 다발의 액수를 집계한 결과 액수는 총 110억7천800만원에 달했다.

11일 김제경찰서에 따르면 1천㎡(300평) 남짓한 이씨의 밭은 외관 상 여느 텃밭과 다를 바 없었다. 이씨는 이 밭에 마늘과 파, 상추 등을 심어 놓고 열심히 관리했다. 아침 일찍 밭에 나가 밤 늦게 귀가하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를 ‘부지런한 농부’ 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 밭에서 조경수를 옮겨 심는 작업을 한 중장비 기사 안모(52)씨가 “밭에 출처가 수상한 돈이 묻혀 있는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를 접수한 것을 계기로 이씨의 감춰진 면모와 함께 땅 속에 묻혀 있던 거액의 존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씨가 밤늦게까지 밭에 남아있었던 것은 돈다발을 땅에 묻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안씨는 “혹시 밭에 묻혀 있던 현금 7억원을 보지 못했느냐”는 이씨의 추궁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경찰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직후인 지난 8일 오후 6시 30분께 이씨의 밭에서 김치냉장고용 플라스틱 보관함에 들어있던 현금 총 3억원을 발견했다. 경찰은 또 이튿날 오전 2시 30분께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모 음식점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렌터카에서 현금 10억원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렌터카는 이씨의 아들이 돈을 보관하기 위해 빌린 차량이다. 이씨는 경찰 조사 결과가 시작되자 땅 속에 묻혀 있던 10억원을 캔 뒤 이를 아들에게 건네 보관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약 한 시간 뒤 덕진구 덕진동 이씨의 집 금고에서도 현금 1억1천500만원을 찾아냈으며,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이씨의 밭에서 플라스틱통 2개에 담긴 현금 10억원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틀 동안 발견된 금액은 총 24억1천500만원. 당초 이씨의 진술에 따르면 밭에 묻은 돈 중 이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을 뺀 나머지가 모두 발견된 셈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가 진술을 거듭 번복한 정황에 비춰 숨겨둔 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 11일 오후 이씨의 밭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정밀 수색을 실시했고, 그 결과 24개 플라스틱 통에 나뉘어 담겨진 현금 86억6천250만원을 추가로 발견했다.

조사 결과 이씨가 땅에 묻은 돈은 자신의 큰 처남 이모(48)씨가 불법 인터넷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도박개장 등의 혐의로 현재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큰 처남으로부터 지난 2009년 4월부터 10여차례에 걸쳐 돈뭉치를 건네받았다.

거액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이씨는 지난해 6월 밭을 사들인 뒤 집에서 보관하고 있던 돈을 밭에 묻기 시작했다. 돈의 액수가 워낙에 크다보니 돈을 묻는 작업도 9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이씨는 밭에 컨테이너박스를 세우고 이곳에 상주하며 지난 3월까지 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발견한 돈이 이씨가 밭에 묻어둔 금액의 대부분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더 이상의 돈 다발은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씨에게 돈을 건넨 이씨의 큰 처남이 불법 인터넷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수익이 170억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나머지 60억원의 행방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씨가 현재 분실했다고 주장하는 금액 총 10억원에 대해서도 행방을 추적 중에 있다. 이씨는 당초 7억원을 분실했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3억원을 더 분실했다고 추가로 진술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이씨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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