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그 유명한 ‘돈 밭’이야?”

13일 오후 2시께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의 한 밭. 주위를 둘러보던 40대 중반의 남녀 3명은 “호미라도 하나 챙겨 나올 것을”, “저 큰 소나무 밑에 돈이 더 묻혀 있을 것 같은데?”라며 서로에게 농담을 건넸다.

인근을 지나다 이곳에 들렀다는 이들은 “거액의 돈뭉치가 나왔다고 해서 호기심에 밭을 찾았다”고 했다.

전주에서 왔다는 50대 남성도 “인근을 지나다 마침 언론을 통해 들었던 내용이 생각 나 밭을 들렀다”며 한참을 둘러봤다.

이 남성은 “아직 돈이 더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 돈 중 다만 일부라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헛웃음만 지었다.

또 다른 남성은 멀찍이 차를 세운 뒤 밭의 전경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뒤 이내 돌아갔다.

평범한 산골마을, 가옥이 10여 채에 불과한 축령마을에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은 이 마을의 한 밭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다.

김제경찰서는 이 마을 이모(53)씨의 밭에서 지난 8일 현금 3억원을 발견한데 이어 이튿날 땅 속에 묻혀 있던 10억원을 추가로 발견하는 등 3일 동안 총 110억7천800만원의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

밭 주인 이씨는 자신의 처남 형제가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을 자신에게 맡겨오자 이를 땅에 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맡겨진 돈이 불법 자금인데다 전액 현금이다 보니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보관하기가 어려워 밭에 묻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이 최초로 발견된 지 5일째 된 이날 밭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전날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이 마을 주민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날도 밭을 보기 위해 찾은 외지인들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주민 김모(여·77)씨는 “돈이 연이어 발견될 당시만 해도 밭을 찾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며 “어떻게 알고들 찾아오는 지 신기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씨의 밭을 찾는 외지인들 대부분은 인근을 지나다가 호기심에 들르는 경우다.

그러나 서울 등 멀리서 밭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사례도 있다.

그 중 일부는 ‘로또를 사기 위해’, ‘땅의 기운을 받기 위해’ 등의 특별한 목적을 가진 이들도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마을의 한 밭에 거액이 묻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긴 하지만 대수롭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마을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 80대 주민은 “집에 계속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밭이 어떻게 생겼다 구경을 나왔다”며 “보도를 통해 소식을 듣고 조금 놀라긴 했지만 어차피 내 돈도 아니고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닌데 이 사람 저 사람이 마을에 찾아와 기웃기웃하니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70대 주민은 “남편이 병원에 있어 며칠 동안 병간호를 하다 집에 왔는데 외지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어 의아했다”며 “좋지 않은 일로 외지인들까지 찾는다니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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