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ㄷ, 교내 놀이터에서 고교생에 성추행 당해

김수철 사건 이후 학교 내 성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일선 학교들에 설치된 CCTV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CCTV의 위치를파악하기 쉬운데다 사각지대마저 존재해 범행 현장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까닭이다.

18알 복수의도내A초등학교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3시 41분께 도내 A초등학교 안에 있는 놀이터에서 이 학교에 다니는 6학년생 B(12)이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C군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B양은 이날 학교 수업을 마친 뒤 C군과 C군의 동생 등 총 4명이서 놀이터를 찾았다가 피해를 입었다. C군은 B양을 성추행한 뒤 성폭행까지 하려 했으나, 동생들이 따라붙어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으로부터이같은사실을 전해들은 학교 측은 곧바로 진상 조사에 나서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 피해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 B양의 증언이 사실임을 확인한 것. 하지만 현장에 설치돼 있는 CCTV로는 당시 범행의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미 CCTV의 위치를 알고 있는 C군이 사각지대에서만 범행을 벌여 CCTV에 범행 장면이 찍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이터를 비추고 있는 한 CCTV는 C군이 B양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은 또한 B양이 C군의 손을 뿌리치며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모습도 담고 있다.

성추행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학교 측도 이처럼 성추행 장면이 찍히지 않은 영상을 증거로 당초 취재진에게 사실 관계를 부인했다. 학교 측은 “CCTV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모습만 찍혔을 뿐 성추행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뒤늦게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진상 파악에 나선 교육당국에게도 “CCTV를 확인시켜 주겠다”며 사실 관계에 대해 발뺌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학교에는 총 4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이 중 2대가 학교 뒤편에 설치돼 있지만, 사각지대가 여러 군데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C군은 이러한 사각지대만을 골라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돌출형으로 설치된 CCTV는 외부인들에게도 한 눈에 띄어 맘만 먹으면 발각되지 않고 범행을 벌일 수도 있는 개연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김수철 사건 이후 학교 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당국은 갖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CCTV를 설치하는 것. 일각에서는 CCTV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실내에는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학생과 학부모, 교사 과반수의 찬성 하에 설치하는 것, 음성은 녹음하지 않도록 하는 것, CCTV 설치 여부를알리는 표지판 설치 등의 제한적인 조치가 따랐다. 이처럼 부작용의 우려 속에서도 일선 학교들에 CCTV가 설치됐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편, 김수철 사건 이후 지난해 12월 말 현재 도내 초중고 총 392개교에 설치된 CCTV 개수는 1천687대. 비율로 따지면 전체 학교 총 760개교의 51.6%에 이르고 있다. 종전에는 217개교에 987대가 설치돼 있었다./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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