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용택시 기사 김모(53)씨는 지난 1월 31일 오전 1시 30분께 군산시나운동 다사랑네거리를 지나던 중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드는 한 손님을 태우려고 길가에 차를 대려던 찰나 적잖이 놀랐다. 손을 흔들던 우모(31)씨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는 택시 보닛에 손을 짚으며 쓰러졌기 때문. 황급히 택시에서 내려 우씨를 병원으로 데려가려 한 김씨는 “크게 다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우씨의말에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못내 걱정스러운 나머지 우씨를 인근 삼학동까지 데려다 주고는 “나중에라도이상이 생기면 연락을 하라”며 자신의 연락처를 건넸다. 또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112에 전화를 걸어 사고 신고를 접수하기도 했다. 이튿날 우씨에게서 자신이 알아서 병원 치료를 받겠다는 연락이 왔다.

김씨는 우씨에게 현금 10만원을 건네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실제 우씨는 아무데도 다치지 않았다. 일명 ‘발목치기’, 즉 합의금을 노리고 택시 바퀴에 고의로 발등을 부딪는 수법에 걸려든 것이다.

이같은수법에 대한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김씨처럼 일반 운전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로 사정에 훤하고, 업무 특성 상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택시기사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씨에게서 피해를 입은 택시기사는 김씨뿐만이 아니었다. 20일 군산경찰서에 따르면 우씨는 서울과 대전, 부천, 광주, 전주, 군산 등의 도시를 오가며 이 같은 사기행각을 벌였다. 조사 결과 피해를 입은 택시기사는 100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피해금액도 총 2천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피해 정도가 가벼워 신고를 하지 않은 기사들도 상당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우씨가 택시기사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인명사고를 야기할 경우 택시기사들에게 각종 불이익이 따른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택시기사가의 경우 대인사고에 대한 보험 처리를 위해서는 경찰 사고 접수가 선행돼야 한다. 이로 인해 통고처분과 벌점 부여 등의 행정처분이 뒤따르게 되고, 결국 사고기록 때문에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보험 처리를 위해서는 자기부담금으로 통상 2~30만원씩을 택시공제에 지불해야 한다. 특히 새벽시간에 발생한 사고일 경우 자기부담금 액수는 100만원 가까이 치솟는다. 이에 택시기사들은 자기부담금을 지불하는 셈 치고 우씨에게 비슷한 액수의 합의금을 건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관련된 내용을 접하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초기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 피해를 입은 택시 기사 대부분이 현장에서 합의를 해 인적사항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산시내 택시회사를 일일이 방문해 가며 인상착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사고접수내역과 보험사 보상자료, 건강보험공단 치료내역 등을 분석해 결국 우씨를 붙잡기에 이르렀다.

군산경찰서는 여죄에 대해 조사를 벌인 뒤 우씨에 대해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박효익기자whicks@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