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나 살인 등으로 형기를 마친 이들에게 채워지는 전자발찌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여러 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을 가진 40대 남성이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자발찌를 찬 이들에 대한 더욱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관련 법안이 강화되면서 전자발찌 착용자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6일 전주완산경찰서는 부녀자를 상대로 성폭행 행각을 벌인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모(43)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이달 중순께 전주시 완산구 전동의 한 선술집 화장실에서 A(여·47)씨를 성폭행한것을비롯해 지난달 3월 중순 완산구 서서학동 B(여·40)씨의 자택에서 B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고씨는 이 밖에도 여러 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로 인해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2007년 9월 대법원 판결로 당초 형이 최종 확정됐다. 이후 형기를 마치고 지난 1월 10일 출소하면서 지난해 개정된 ‘특정 범죄자에대한위치추적 전자장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급 적용 대상자로 분류돼 5년 동안 전자발찌를 차게 됐다. 경찰은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 중이다.

이번사건으로 인해 전자발찌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일고 있다.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전에서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다방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으며, 지난해 11월 서울에서도 전자발찌를 찬 채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덜미를 잡힌 바 있다.

전자발찌는 범죄자로 하여금 범행 욕구를 억누르도록 하는 심리적인 효과를 얻는 게 주된 목적이다. 또한 장치에서 나오는 신호를 통해 대상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찼다 하더라도 범행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해 실제 범죄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관리인력의 수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전주보호관찰소의 경우 직원은 22명에 불과하지만, 전자발찌 부착자 등 이들이 관리하는 보호관찰 대상자 수는 1천260명에 달한다. 이들은 1~2달을 주기로 대상자들을 청사로 불러들이는 한편,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관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 대상자들에게 채워진 전자발찌를 통해 실시간으로 그 위치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본연의 관찰업무 외에 행정업무와 교육업무 등을 병행하고 있어 업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전자발찌가 쉽게 훼손된다는 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 실제 지난 8일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혐의로 박모(49)씨가 전주보호관찰소에 구속된 바 있다. 박씨는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지 9일 만에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 서울에서 붙잡혔다./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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