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디지털 3인3색' 감독 기자회견

“수준 높은 감독들의 작품이 상영되는 영화제에 초대 받아 기쁩니다. 특히 제 영화 ‘어느 아침의 기억’에서 ‘스페인’을 의식하지 않아도 돼 너무 편안합니다. 선입견이 없는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각으로 제 작품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

“저는 일반 투자자나 제작사가 아닌 영화제에서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디지털 삼인삼색’에 초대 받고 정말 기뻤습니다. 제 작품 ‘악마’는 제 스스로 만들기 힘든 영화입니다. 모든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이번 기회가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클레어 드니)

제 12회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여한 스페인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과 프랑스 클레어 드니 감독이 1일 영화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가졌다.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은 ‘어느 아침의 기억’에서 많은 인물들이 인터뷰 형식을 취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관객들에게 사건 정보를 제공하고 등장인물들의 내면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인터뷰가 아닌 등장 인물들 간의 대화에 중점을 뒀으며 이는 카메라를 ‘앎의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인물촬영은 일종의 관계맺기”라고 전제한 뒤 “영화 후반 그림이 등장하는 이유는 당시 화가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림 속 인물들을 접하고 느끼고 생각했는지 등 ‘관계맺기’를 시도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장치”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것은 내용보다는 인물의 동작이나 어떤 장면들”이라며 영화의 초상화적 기능을 강조했다.

이어 ‘어느 아침의 기억’은 비극적 사건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림 영화로 영화 후반 바이올린을 광적으로 켜다 넘어지는 채플린의 등장은 비극 재연이 비극 극복의 첫걸음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식민지 역사가 남아 있는 남미 수리남과 가이아나 접경지역에서 ‘악마’를 쵤영한 클레어 드니 감독은 “미국 인류학자의 저서를 접하고 그의 안내로 촬영 현지를 방문했었다”며 현지 주민들을 압박하는 외국인의 ‘이중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악마’는 그래서 네덜란드 노예로 끌려와 탈출해 사는 부족들을 자연보호구역에 묶어 놓고 고유의 생활양식대신 자본주의 생활양식을 강요하는 일, 특히 금(金)채취를 위해 자신들은 장비를 이용하면서도 주민들의 수작업을 ‘자연훼손’행위로 비난하는 외국인들의 이중성을 고발하고 있다.

한편 한국과의 인연을 묻는 질문에 “자신이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를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홍감독은 사람과 사람 관계를 유머있게 묘사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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