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한 노스탤지어

제12회 전주국영화제가 6일 오후 7시 폐막식을 끝으로 9일간 영화 여행을 마감한다.

영화제 폐막 당일 상영되는 영화는 모두 16편. 모든 영화가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이 가운데 1회 상영을 통해 주목을 끌었던 작품을 소개한다.

▲빛을 향한 노스탤지어(6일 오후 2시 전주시네마타운 7관) 70년대부터 살바도르 아옌데와 그 이후의 피노체트 독재 정권을 비롯한 칠레의 정치적 현실에 관한 집요한 관찰을 시도한 파트리시오 구스만 감독 작품.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은 천체관측에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어 세계최대의 천체관측소가 세워져 있고, 사막의 땅 밑에는 피노체트 정권하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시체가 묻혀있다.

이곳은 천체와 인류의 역사에 관한 질문이 던져지는 곳이다.

“3000미터 고도의 아타카마 사막은 실질적으로 비가 오지 않는 고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메마른 곳이다.

이 절대적인 건조함이 별을 관찰하기 위한 최적의 하늘을 제공하는 동시에, 또 다른 시간들을 보존해 놓았다.

오랜 콜롬비아 목동들의 그림들에서부터 피노체트 군부독재 정권 하에 실종된 사람들까지. 이 작품의 아이러니한 배치-천문학자들이 지구 넘어 우주로 눈길을 향해 새로운 생명을 찾는 동안,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해 모래를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파트리시오 구스만 감독이 항상 중요하게 여겨왔던 역사의 복원과 정치적 현재성을 드러낸다.”(김세진)

카라마이

▲카라마이(6일 오전 11시 30분 메가박스 7관) 1994년 어린아이들이 공연을 하던 극장에서 원인 모를 불길이 치솟는다.

323명의 어린 목숨은 공연을 관람하던 관료들에게 밀려 구조되지 못한 채 화염 속에서 죽어갔다.

17년이 지난 지금에도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울부짖음은 계속되고 있는데…. “무려 여섯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희생자 가족의 꼼꼼한 인터뷰와 충격적인 자료화면은 사건이 발생한 경위와 전개과정, 그리고 사건이 일어 난지 십 수 년이 지났지만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유족들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애국적인 중화인민공화국 구성원에서 졸지에 반사회적 인간으로 낙인 찍힌 희생자 가족들의 마르지 않은 눈물과 항변은 거대악처럼 자리잡은 중국 관료주의의 뿌리깊은 폐해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법의 형평성, 국가와 인민의 관계 등에 대해 집요한 질문을 던진다.”(맹수진)

일본의 여름

▲일본의 여름(6일 오전 11시 메가박스 8관) 제3세계 영화의 영웅으로 불리는 필리핀 키들랏 타히믹 감독 단편 영화.일본의 전통의상인 훈도시와 비슷한 필리핀의 전통의상(바학)을 입고 여러 프로젝트를 하며 일본에서 한 철을 보내는 감독. 훈도시에 담겨 있는 민족의 전통과 영혼을 말하는 그의 내레이션은 다음 세대를 향한 따뜻한 목소리 그 자체다.

“한때는 존중 받는 의복이었지만 이제 조롱과 부끄러움의 대상으로 취급 받는 일개 의상이 되어버린 바학. 바학의 비극적인 사연에는 식민화와 막대한 서구의 영향이 미친 부정적 효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의 여름>에서 키들랏 타히믹은 3백여 년 동안 제국주의 세력의 지배를 받으면서 잊어버리게 된 모든 것들에 대한 상징으로 이 의복을 바라본다.”(프란시스 조셉 오그 크루즈)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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