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悖倫)범죄가 만연한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TV뉴스나 신문 지면을 통해 아들이 늙은 어머니를 살해했다거나 자녀들이 부모의 재산을 두고 다투다 부모를 시설에 감금하고 방치했다거나 하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조선시대에 천자문을 뗀 소동(小童)들이면 누구나 처음 읽었다는 사자소학(四字小學) 효행(孝行) 편.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셨으니(父生我身 母鞠吾身)’로 시작하는 이 가르침만 잘 따랐다면 이와 같은 시대상이 만연했을까? 누구나 당연한 거라 여기며 말로는 쉽게 내뱉곤 하지만 정작 몸소 실천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효(孝)’. 이를 가르침대로 실천해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전라북도로부터 그간의 효행과 노인공경사상의 투철함을 인정받아 도지사상을 수상하게 된 김권재 호남교육정보원 원장(53, 전주시 효자동)을 만났다.

지난 15년간 방과후 교육 전문컨설팅 업체인 호남교육정보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 원장은 어머니인 이순옥 여사(92, 완주군 구이면)의 4남 3녀의 자녀 중 여섯 번째 자녀이자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리고 김 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이순옥 여사가 시아버지인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행하는 효행을 보고 자랐다.

“제 할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는 홀로된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셨는데 제가 10대 초반이던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서 중풍과 치매가 오셔서 드러누우셨어요. 그때부터 7~8년 동안 어머니께서는 힘드셨을 텐데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할아버지 병수발을 드셨죠. 저는 어머니께서 하셨던 그 행동들을 보고 자랐어요.” 김 원장의 효행은 아내인 최영임 씨(53)의 내조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평소 주변에 효부(孝婦)로 소문난 아내 최씨는 지난 1983년 김 원장과 결혼한 이후 시부모를 친부모처럼 섬겼다.

이들 부부는 결혼 후 매주 완주군 구이면에 위치한 고향집을 빠짐없이 방문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어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평범하지만 꾸준하기는 어려운 갖가지 효도로 부모님을 즐겁게 했다.

이런 김 원장 부부에게 커다란 슬픔이 찾아왔다.

지난 2001년 김 원장의 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는데 검진결과 위암의 판정을 받은 것. 당시 82세의 노년이었던 아버지는 ‘다 늙은 내가 수술을 받은들 얼마나 더 살겠느냐’며 한사코 수술을 반대해 김 원장의 형제와 가족들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집에 모셔와 식이요법과 몸에 좋은 약들을 구해 극진히 모셨단다.

자녀들의 극진한 공양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의 아버지는 4년 후인 지난 2005년 향년 85세의 나이에 돌아가시고 만다.

비록 큰 고통은 없이 가셨을지라도 김 원장은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는 자책과 슬픔 속에 49제를 지내고, 그 후 3년간 매주 일요일 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 돌봐 흙으로 가신 아버지와 혼자되신 어머니가 외롭지 않도록 늘 곁에서 돌봐왔다.

이후 김 원장은 아버지를 잃게 된 것을 교훈 삼아 매년 어머님을 모시고 건강검진을 받고, 이도 모자라 일주일에 두 번씩 고령으로 연약해진 관절 탓에 안 아픈 곳이 없는 어머니의 물리치료를 위해 병원을 모시고 혹여 아프신 곳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이런 김 원장 부부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큰딸 희영(28)씨와 둘째 딸 희정 씨(24), 막내 도연 군(18)도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고 어른들을 공경하는 따뜻하고 바른 아이들로 자랐다.

이 세 자녀들은 ‘할머니를 기쁘게 하는 것이 부모님이 즐거워하는 것’이란 것을 알고, 자신들의 할머니께 응석을 매일 부리면서도 어느 누구보다 할머니를 사랑하고 공경한다.

현재 다리에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물리치료중인 어머니 이순옥 여사를 병간호하느라, 어머니의 화상이 자신이 잘 돌보지 못한 것 때문이라 자책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김 원장은 끝으로 이같이 말했다.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도 많은데 제가 이번에 상을 받게 된 것이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저희 집만해도 사실 저보다는 제 아내가, 아내보다는 막냇동생 내외가 어머니께 더 잘하거든요. 특히 제수씨는 현재 거동이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그렇게 어머니께 극진할 수가 없어요. 그를 보면 전 항상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자(公子)는 한씨외전(韓氏外傳) 9편을 통해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고(樹欲靜而風不止), 자식은 부모를 부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子欲養而親不待)’고 가르침을 준 바 있다.

바로 지금, 김 원장과 같은 효행은 아니더라도 부모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는 문안전화라도 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글=김근태기자·사진=이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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