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내 정서적 학대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편에 의한 아내 학대가 가정 폭력의 대부분으로 조사돼 적절한 해결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0일 전주가정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 말 현재까지 가정폭력과 관련된 상담 총 200건 가운데 정서적 학대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76건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지난 2년 동안 상담소의 문을 두드린 이들 중에서도 정서적 학대로 인해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2010년의 경우 한 해 동안 접수된상담총892건 중 정서적학대에 대한 상담이 381건(42.7%)으로 가장 많았다. 2009년의 경우도상담총978건 중 정서적학대에 대한 상담이 415건으로 42.4%를 차지했다.

정서적 학대는 신체적인 상해를 입히지는 않지만 그 대신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경멸하는 말투로 모욕을 주거나 무능력하다고 비난하는 행위, 강압적으로 말하는 것, 협박 또는 위협하는 행위, 희롱하는 행위,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신체적 폭력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올해 접수된 상담 중 신체적 폭력에 대한 상담은 64건으로 32%를 차지해 정서적 학대의 뒤를 이었다. 또한 2010년과 2009년에도 각각 262건(29.3%), 281건(28.7%)으로 증가세를이어가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20대 이상 여성으로 집계됐다. 또 가해자 대부분은 현재 배우자 또는 과거 배우자로 조사됐다. 즉 아내 학대가 가정폭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올해 처리된 가정폭력 상담 사례 중 아내 학대가 85.8%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2010년과 2009년에도 각각 93.5%, 90.9%로 매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30대~50대 여성이 가정폭력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남편 학대는 2009년 12.5%에서 2010년 12.0%, 올해 11.7%로 근소하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입게 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 나가기가 힘들어 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신감이나 자존심의 상실 등 개인의 인격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심한 경우 극단적인 수단이 사용될 수도 있다. 실제 지난달 28일 자신에게 퍼붓는 남편에게 흉기를 휘두른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이 여성은 남편이 술을 마신 채로 집에 들어와 ‘바람을피우느냐’며 욕설을하자이같은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에서 비롯된 불만을 사회에서 풀려는 시도로 인해 애꿎은 이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더러 있다. 이 때문에 가정폭력을 가정사 또는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사회가 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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