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고 있으니 계좌를 확인해야 한다”

지난달 22일 A(50)씨에게 전화를 건 남성은 자신을 금융기관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법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또 한 통의 전화를 받고 A씨는 긴가민가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경찰관이라 밝힌 남성이 “범인을 잡았다”고 연락을 해 온 것. 다시 또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자 A씨는 보이스피싱이라는 의심을 떨쳐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음성의 주인공은 자신을 담당 검사라 소개했다.

그는 “통장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며 “계좌를 폐쇄하려면 현금지급기 앞으로 가서 지시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A씨는 그가 시키는 대로 현금지급기로 가 알려준 계좌로 현금 600만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는 그럴싸한 속임수였다.

치밀한 각본에 의한 보이스피싱에 고스란히 속아 넘어간 것이다.

과거 세상 물정에 어두운 노인들을 상대로 활개를 쳤던 보이스피싱이 최근 고전적인 수법을 탈피, 피해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수사 기관을 사칭하거나, 조건만남을 미끼로 내거는 경우, 자녀를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 등 좀 더 치밀하고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춤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5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 현재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은 총 43건. 이로 인한 피해액은 5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한 해 동안 총 78건의 보이스피싱이 발생해 9억3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발생 기간 등을 감안하면 올해 보이스피싱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은 2009년 가장 기승을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동안 총 136건이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14억6천만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은행 현금인출기(ATM)로 유인해 인출기를 조작하도록 시키는 것은 100% 보이스피싱이라고 봐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공공기관 등을 사칭하는 경우 해당기관의 대표 전화 번호 등으로 전화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확실히 파악하기 전에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계좌비밀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알려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자녀납치를 빙자한 유형의 경우 일단 전화를 받으면 무조건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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