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처럼순하고 소박하고, 정직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고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5시께. 노란색물결로 뒤덮인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오거리 문화광장을 찾은 이동순(여·62)씨는 광장에전시된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에게 노 전 대통령은 그저 한 인간일 뿐이다. 서민의 입장에서 대통령이라는 신분은 와 닿지 않는 존재일 뿐. 다만 그의 행동거지와 말투 등의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이씨는 “그를 좋아했던것은그가했던정책때문이 아니라 그의 사람됨 때문이었다”며 “사진을 통해서나마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게 되니 그저 그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했다. 이씨는 며칠 전부터 이날 추모제 행사를 기억하고 기다려 왔다. 그러다 당일에서야 행사를 깜빡 잊고 산에 다녀온 이씨는 버스를 타고 지나던 중 노란색 풍선을 보고 광장을 찾게 됐다. 산행 차림의 이씨는 “복장이이래서 조문도 못했다”며 “다시 집에 가서 복장을 갖춰 입고 광장을 다시 찾을 것”이라며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김모(75)씨에게도노전대통령은 그리운 존재다. 특히 정책적인 면이 그를 더욱 그립게 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김정일 북한 위원장과 손을 맞잡은 모습을 보니 최근의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가 떠올랐다”며 “노 전 대통령이었다면 그러한 사태가 발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이 제 50회 국정과제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가리켰다. 사진에는 회의 과제인 ‘더불어잘사는 균형발전사회’란 문구가 또렷했다. 김씨는 “노 전 대통령은과거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하며 또 노력했다”며 “전북이 LH 본사 유치에 실패하고 낙후지역으로 계속 남아있는 상황에서 그가 새삼 그립다”고 했다.

노전대통령의 서거 2주기를 맞아 많은 시민들이 이날 광장을 찾았다. 시민들은 분향소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또 향을 피우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또 광장 둘레를 따라 전시된 사진을 보며, 실물크기로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사진 곁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그를 마음에 담고, 또 기록으로 담았다. 광장 한 켠에서는 고인을 기리기 위한 추모 종교행사가 진행됐다. 전주시의회 추모식을 시작으로 천주교 추모에배, 원불료 추모제례, 불교 기자세 및 천도제, 기독교 추모예배 등이 잇따라 진행됐으며, 많은 이들이 의식에 참석해 그를 기렸다. 오후 7시께 추모 전야제가시작되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들었다. 살풀이와 대금연주, 합창 등의 순서가 진행되는 동안 모여든 시민의 수는 더해갔다.

이날행사를 준비한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 전주시민추모위원회(위원장 조성용)’ 관계자는“지난해 서거 1주기까지는 고인 서거에 대해 온 국민의 슬픔과 아픔을 기리는 행사였다면 오는 2주기 행사는 노 전 대통령 평생의 가치를 오늘날 다시 실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며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민주주의 발전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다짐의 기회로 삼고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박효익기자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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