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성경’의 사도행전 20장 35절에 “범사에 너희에게 모본(模本)을 보였나니 곧 이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을 돕고 또 주 예수의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러한 가르침에 따라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가족이나 친한 친구 사이일지라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장기기증을 통해 ‘주는 자의 기쁨’을 두 배로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이 있다.

바로 장수장계교회(담임목사 홍도표)의 김기성(56) 장로와 이금순(54) 권사 부부. 김 장로 부부가 장기기증을 통한 사랑 실천을 앞당기게 된 계기는 김 장로가 장계면사무소에 근무할 때 함께 일하던 한 여직원 때문. 이전에 이미 한 차례 신장을 이식 받았다던 그 직원은 당시 신장이 다시 나빠져 정기적으로 신장 투석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김 장로는 함께 일하며 늘 곁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안타까운 마음에 신장을 이식하기로 결심한다.

오랜 시일에 걸친 복잡한 검사가 진행된 후 이식이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김 장로는 가족을 설득해 수술 날짜를 받아놨다.

그러던 중 수술 날만 기다리고 있던 김 장로에게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자신의 신장에 이상이 발견돼 수술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 장로가 당황스러운 마음과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에 어찌할 바 모르고 있을 때 아내인 이금순 권사가 자신의 신장이라도 이식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권사의 신장은 그 직원과 일치하지 않았다.

운명이었을까, 이식에 대한 두려움에 신장이식의 염두조차 내지 않았던 그 직원의 남편이 김 장로 부부의 헌신에 감동을 받아 “생판 남인 저들도 저렇게까지 하는데 남편인 내가 머뭇거리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이식하겠다고 나섰다.

다행히 그 직원은 남편의 신장으로 건강한 삶을 되찾게 되고, 별다른 치료 없이 회복된 김 장로의 신장은 6개월 후 아파하는 젊은 영혼에게 새 생명을 불러일으킨다.

“신장이 나빠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난 후 약을 복용하거나 치료도 받지 않았는데 신장이 다시 건강해졌다고 통보가 왔어요. 지나고 나니 그때 만약 신장이 갑자기 나빠지지 않았다면 그 직원만 이식 받고 끝났을 텐데, 갑자기 나빠진 신장이 결과적으로 세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게 된 계기가 됐더군요.” 김 장로는 이렇게 말하며 웃는다.

때는 2008년 12월, 다시 이식을 결정한 김 장로는 “이식 받는 사람이 믿음이 없는 사람이면 앞으로 교회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말과 “이왕 이식하는 것, 되도록이면 힘겨워하는 젊은이에게 신장을 이식해 살려줄 것”을 부탁한 후 수술대에 오른다.

수술 후 회복중인 김 장로에게 수술을 담당했던 코디네이터가 찾아와 이식 받은 환자의 부모가 꼭 한번 만나기를 청한다는 연락이 온다.

보통 병원에서는 장기제공자와 장기수여자에게 서로의 정보를 알리지 않지만, 환자부모의 간곡한 부탁에 이끌린 코디네이터는 좋은 뜻으로 인사나 할 겸 한번 만나볼 것을 청한다.

“알고 보니 신장을 이식 받은 사람이 그때 당시 26살인 안동에 사는 청년이었어요. 부모의 마음이 다 그렇듯 자식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연거푸 고개를 숙이더군요. 그 후로도 그 부모는 간간히 그 청년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줬는데 받는 행복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고 건강해진 청년의 모습을 그리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요.” 다음해인 2009년 추석, 김 장로는 그 청년에게 갑작스런 연락을 받는다.

그 청년의 아버지가 위암이 재발해 운명을 달리했다는 것. 인연에 이끌려 안동에 찾아간 김 장로는 그 곳에서 처음으로 그 청년과 조우한다.

“한눈에 서로 알아봤어요. 신장을 공유했다는 이유 때문인지 왠지 모를 이끌림이 있더라고요. 절 안고 펑펑 울면서 절 보고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눈물이 나서 한참을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죠. 그 후로도 절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틈틈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와요.” 부창부수(夫唱婦隨)일까, 평소 금슬이 좋기로 소문난 부부답게 아내인 이금순 권사도 재차 기증의사를 밝히고, 김 장로의 뒤를 이어 2009년에 신장을 이식했다.

평소 이 권사가 건강한 편이 아니었던 까닭에 김 장로도, 가족들도 모두 만류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은 이 권사도 어느 한 젊은이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

신장이식 후 각자에게 남은 한 개씩의 신장으로 둘이 한 몸처럼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이들 부부에게 ‘만약 두 아드님이 부모님을 따라 누군가에게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나서면 선뜻 허락하시겠냐’는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김 장로 부부는 웃으며 “본인들 뜻이 완강하다면 결국 뜻을 꺾지는 못하겠지만 여느 부모가 그렇듯 내 자식이 귀한 법이라고 선뜻 쉽게 허락은 못할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

끝으로 이들 부부는 기증 후에 찾아온 한가지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기기증을 한 것이 보상을 바라거나 스스로를 내세우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장기를 기증했다는 이유로 그 이후 보험에도 가입 못해요.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을 살리는데 쓴 대가가 이런 불이익이라면 어느 누가 선뜻 나서겠습니까?” /글=김근태기자·사진=이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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