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이 작품활동 53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연시집 ‘상화 시편:행성의 사랑’을 발표했다.

1983년 결혼 이후 시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부인 이상화에게 바치는 노래이기도 한 이 시집에는 사랑에 행복해하고 애달파하는, 사랑을 그리워하고 사랑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한 남자’로서의 시인의 모습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가난해진 빈 몸으로 돌아와야 한다” ‘서문’에서 시인은 스스로 “80세 앞에서 사랑의 시를 쓰는 나를 이제까지의 누구도 예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시인은 ‘만인보’를 마치고 “완만한 흐름의 강물이 갑자기 숨찬 흐름으로 바뀌는” 일에 몸을 맡겼다.

그래서 시인의 ‘사랑시’는 그의 삶과 문학세계가 오롯이 담긴 “삶의 최고 형태”로서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 시집은 시인의 소소한 일상은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인이 되기까지의 세월과 사유의 과정을 담은 시편들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펴낸곳 창비. 값 9천500원.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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