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인물비평과 사회비평으로 숱한 의제를 이슈화로 만든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이번엔 ‘강남 좌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바로 ‘강남좌파’(인물과 사상사. 1만6천원). 노무현 정권 시절 강남 좌파 현상을 최초로 제기한 강 교수가 더욱 풍성하고 정교한 논리를 동원해 강남 좌파의 실체와 논란을 집대성했다.

강 교수가 주장한 강남 좌파의 명암은 다음과 같다.

강준만 교수
우선 긍정론이다.

첫째, 상류층 사람이 진보적 가치를 역설하는 건 하층계급에 큰 힘이 된다.

상류층 사람이 점하고 있는 위치의 파워 덕분이다.

둘째, 갈등의 양극화를 막는 데에 도움이 된다.

모든 상층계급은 보수, 모든 하층계급은 진보라면 갈등이 살벌해지겠지만, 상층에도 진보가 있고 하층에도 보수가 있다는 건 양쪽의 충돌 예방에 도움이 된다.

셋째, 상류층에 속하면서도 하층계급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다.

그걸 위선으로 보겠다면, 이 세상에 위선이 아닌 건 없을 것이다.

다음은 부정론이다.

첫째, 권력·금력까지 누리면서 양심과 정의의 수호자로 평가받는 이른바 ‘상징자본’까지 갖겠다는 건 지나치다.

빈털터리라도 세상을 향해 큰소리치면서 사는 맛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 그런 ‘도덕적 우월감’까지 상류층이 누린다는 건 부당하다.

둘째, 진보를 더 많은 권력·금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강남 좌파의 진보 프로그램은 하층계급의 절박함을 모르기 때문에 진정성이 결여돼 있으며, 상징적인 제스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강남 좌파의 진보 프로그램은 말로만 강경한 속성이 있어 실천보다는 당위의 역설로 그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해낼 수 있는 실천마저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강 교수는 ‘이념은 좌파적이나 생활은 강남 사람 같다’는 일반적인 정의를 뛰어 넘어 강남 좌파의 유형을 총 9가지로 분류해 총체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강 교수는 9가지 가운데 ‘공적 강남 좌파’(지도자 · 정치인 · 고위 공직자)가 ‘기회주의적 강남 좌파’(사실상 좌파 성향이 없으면서도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좌파 성향을 드러내고 이용하는 유형) 노릇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강남 좌파에 대한 비판의 대부분도 이러한 강남 좌파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왜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일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며 2012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조국, 손학규, 유시민, 문재인, 오세훈, 박근혜에 대해 흥미진진한 인물비평을 가한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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