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1급 이창훈(27)씨가 장애인 뉴스 앵커가 됐다.

KBS는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여 동안 선발 절차를 거쳐 국내 최초 장애인 뉴스 앵커로 이씨를 선발, 25일 위촉장을 전달했다.

이씨는 점자 정보단말기를 이용, 텍스트 파일로 된 뉴스 원고를 일반 뉴스진행자와 같은 빠른 속도로 읽어내 오디션 전형에서 모든 심사위원들로부터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사전 연습 없이 오디션 현장에서 주어진 점자 원고 역시 무리없이 소화해내 속보 대응력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얻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이씨는 생후 7개월 때 뇌수막염을 앓으면서 시신경이 훼손돼 시력을 잃었다.

서울 한빛맹학교를 나와 서울신학대와 숭실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씨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하는 말을 듣고 따라하는 것을 곧잘 했다.

시력을 잃은 대신 청각과 기억력이 발달했고, 무엇보다도 언변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학교에 다닐 때는 점자책의 내용이나 교사의 말을 자기 목소리로 되새겨 그 말을 다시 기억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따라하는 것도 즐겼다.

야구 캐스터의 박진감 넘치는 목소리를 즐겨 듣고 따라해 보며 방송이 주는 매력과 희열을 동경해 왔다.

2007년부터 한국 시각장애인인터넷 방송(KBIC)에서 뉴스와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씨는 "장애인이라고 하면 아직도 동정이나 도와주는 대상이라는 시선이 곳곳에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면서 "사회에 박혀 있는 장애인에 대한 보편적 이미지, 장애를 극복했다거나 이겨냈다거나 인간 승리라는 식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 능력을 최선을 다해서 발휘한다는 생각을 이끌어내고 싶다.

장애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열정 있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다.

시청자들에게 옆집에 사는 청년같은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의 앵커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약 3개월 간 앵커 실무교육을 받은 뒤 올 가을부터 1년 계약 프리랜서 자격으로 뉴스 프로그램의 일부 코너를 진행하게 된다.

KBS는 앞으로 더 많은 장애인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매년 한 차례 장애인 뉴스앵커를 선발할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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