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여성의병장 윤희순, 임신부의 몸으로 평남도청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쓴 남자현, 안동의 독립운동가 3대를 지키고 그 자신 만세운동으로 잡혀가 두 눈을 잃었던 김락 애국지사. 모두 일제와 맞섰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이지만 그들의 이름조차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66주년을 맞는 8.15 광복절을 앞두고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인 시인이 이들의 얘기를 담은 ‘서간도에 들꽃 피다’(얼레빗 펴냄. 1만원)를 펴냈다.

시인은 머리말에서 “현재 보훈처 기록에 훈포장을 받은 여성 애국지사는 202명인데 이분들은 남성 애국지사에 견주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이 가운데 스무 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추모하는 시와 삶의 여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이병희 독립운동가<좌>

“아들아 / 옥중의 아들아 / 목숨이 경각인 아들아/ 칼이든 총이든 당당히 받아라 이 어미 밤새 / 네 수의 지으며 / 결코 울지 않았다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 지어니 / 비굴치 말고 / 당당히 /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본문 ‘안중근 어머니 조 마리아’ 시 가운데> “꽃반지 끼고 가야금 줄에 논다 해도 말할 이 없는/노래하는 꽃 스무 살 순이 아씨/ 읍내에 불꽃처럼 번진 만세의 물결/눈 감지 아니하고 앞장선 여인이여/춤추고 술 따르던 동료 기생 불러 모아/ 떨치고 일어난 기백/ 썩지 않은 돌 비석에 줄줄이 /이름 석 자 새겨주는 이 없어도 /수원 기생 서른세 명/ 만고에 자랑스러운 만세운동 앞장섰네”  <본문 ‘수원의 꽃 33인의 논개 김향화’ 의 일부> 시인은 이 시집을 내려고 중국의 임시정부 피난길인 상하이, 꽝쩌우, 류쩌우 창사 등지는 물론이고 부산, 나주, 안동, 춘천 등지의 생가나 무덤을 직접 발로 뛰었다.

김향화 독립운동가

인천, 수원 등에 생존해 계시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가 만나 보는 등 현장감 있는 모습을 시집에 담고 있다.

시인은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이며 저서로는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시원하게 풀이한 ‘사쿠라 훈민정음’, 친일문학인 풍자 시집 ‘사쿠라불나방’이 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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