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우유대란 현실로

올 초부터 우려했던 ‘우유 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한반도 전역을 강타한 사상 최악의 구제역으로 인해 젖소 3만 마리가 살처분 되면서 원유 공급량이 대폭 감소, ‘우유 대란’을 예고했다.

구제역이 끝날 시점인 지난 2월에 낙농진흥회에서 집계한 원유량이 구제역 이전보다 10%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여름,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지속되면서 원유량이 또 줄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 6원 전국 총 원유생산량은 15만6천485톤으로 5월보다 1만1천373톤 감소했으며, 구제역 여파가 심각했던 1월(15만4천391톤)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도내 역시 6월 생산량은 1만1천942톤으로 5월보다 802톤 감소했다.

이처럼 올여름 날씨가 가뜩이나 부족한 상황을 더 악화시킨 셈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낙농가와 유업체간의 원유가격 인상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급부상하면서 사상 최악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과 10일~현재까지 전국 낙농가에서는 납유를 거부,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일주일이 넘도록 양측이 확인한 것은 서로에 대한 입장차뿐이다.

그동안 사태를 지켜보던 정부측 역시 사태가 심각해지자 중재안을 들고 나와 사태를 해결해 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양측이 서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라는 게 문제다.

이미 뿔난 소비자들은 ‘최종 피해자는 우리’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소비자 중에는 ‘우리가 볼모냐’라는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양측에 보내는 시선 역시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승자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양측 역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꼴이 됐다.

낙농가측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며, ‘유통업체가 너무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 여파를 최전방에서 맞는 건 소규모 유가공업체라는 게 또 문제다.

대규모 유가공업체 대다수가 자체 목장을 소유하고 있어, 원유 공급 중단 이후에도 어느 정도 버틸 힘은 있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소규모 유가공업체는 지난 2월부터 유제품의 주원료로 원유를 가공해 만든 탈지와 전지분유 감소로 인해 이미 줄도산 분위기가 팽배했다.

당시에도 도내 유가공업체 대부분 공장 가동률이 30~50%가량 하락,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했다.

그런데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이번 사태로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이미 국내에 탈지와 전지분유 재고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 임실군에서 탈지 및 전지분유를 사용해 유제품을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일만으로도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며 “올 초에도 구제역 여파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한숨 돌리기도 전에 또 일이 터졌다.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는 힘이 없어서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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