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 풍경 속을 지나는 움직임은 사유 속을 지나는 움직임을 반향하거나 자극한다. 마음은 일종의 풍경이며 실제로 걷는 것은 마음 속을 거니는 한 방법이다”(8쪽 ‘레베카 솔닛’중에서)

그동안 길 위에서 40년을 보낸 ‘길의 철학자’ 신정일이 길에서 만난 사상과 철학을 담은 ‘길에서 행복해져라(상상출판, 값 1만3천원)’를 펴냈다.

여러 갈래로 뻗은 길 위에서 저자는 무수히 길을 잃었고, 그로 인해 크나큰 절망에 빠졌다가 새로운 길을 찾기도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그에게 길은 학교이자 도서관이었고 스승이었다. 이 책은 그 길 위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 모든 사물 그리고 시간 속에서 기억되었다가 소멸되어가는, 말하자면 ‘길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1부는 ‘길에서 만난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십 년이면 강산이 달라진다는 말’이 무색한 세상.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이렇게 주마간산으로 주변과 스치며 사는 세상에서 ‘걷기’는 세상 사람과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제2부는 ‘길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주제의 글이다. 수많은 길을 걸어오면서 길 위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적도 있었고 다칠 뻔했던 적도 많았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온갖 위험과 고독 속에서 홀로 또는 여럿이 걸으며 깨달은 것은 길 위에서 내가 나를 만난다는 것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만큼 서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항상 물었고 항상 걸었다.

제3부는 ‘길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나는 모두 길에서 만났다. 내 운명을 결정지어 주었던 초등학교 선생님, 존경하는 김지하 선생님, 사단법인 우리땅걷기의 도반들 그리고 그 엄혹했던 1981년 여름 안기부 지하실에서 만났던 사람을 몇 년 후 다시 만난 것도 다 길 위에서였다.

신정일씨 부자

제4부는 ‘길이란 무엇인가’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길 열풍이다. 여기저기 길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들이 걸어간 곳이 길이 되었고, 그 길의 외형이 넓어져 바닷길과 하늘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길이 만들어져 세계가 함께 소통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저자의 아들 신하늬(한국교원대 미술교육학과 4년)군이 그린 길 그림이 실려있어 눈길을 끈다.

신 군은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우리나라 곳곳의 산천을 걸으며 문화유산을 답사했다. 대학 졸업후 국토를 더 많이 편력한 뒤 옛길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한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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