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채명룡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봄봄’을 펴냈다.

첫 시집이 시장과 시장 사람들을 응시하는 시장통신으로 장형 서정시가 많았다면 이번 시집은 단형 서정시로 시의 길이가 한결 짧아졌다.

 이를 두고 해설을 쓴 노용무 시인은 그의 시 ‘폐항-비응도에서’를 인용하며 “시인은 구체적이되 장황하지 않고, 지시적이되 정서적이며, 함축적이되 명시적으로 시적 대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고, 한편 유강희 시인은 표사를 통해 “그의 시는 한결같이 저인망으로 우리 근현대사의 어두운 기억 저편, 뒤숭숭한 군산 바닥을 끈질지게 훑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의 시는 짧아졌으되, 소외된 변경을 돌아보는 시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말이겠다.

산말랭이 단칸방, 해망동 울타리, 날품을 파는 인생들, 갯벌과 폐항 등 결빙의 길을 더듬어보는 시선들이 촘촘하게 엮여 있다.

그것은 욕망의 간극을 줄이고 희망의 시어를 낚아보려 하는 지식인의 고뇌이자 자아와 세계와의 소통을 열고자 하는 시인의 내면적 성찰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인은 가을에 시집을 상재하며 왜 하필 ‘봄 봄’이란 제목을 붙였을까? “물오른 날/ 덤불숲을 한 발씩 헤쳐 가던 그날/ 내내 품었던 이파리를 건네던 어느 날/ 가슴 온기 식을까/ 두 손에 받쳐 드는 봄.”(‘봄 봄 1’부분).표제작을 읽어보고서야 ‘봄 봄’은 계절을 떠나 세상사 짠물의 이유를 써내려가는 채명룡 시인의 화두일 것이라 짐작한다.

즉 어느 시린 바람에도 가슴의 온기 잃지 않고 기꺼이 한쪽 어깨를 내어주는 일에 망설이지 않겠다는 시인의 의지와 희망의 언어인 셈이다.

1990년부터 월간 시전문지 ‘시문학’을 통해 등단. 한국작가회의, 전북작가회의 회원이며 (사)군산민예총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에 첫시집 ‘시장소식’을 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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