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스토리/정재숙 대목장(大木匠)
휴먼스토리/정재숙 대목장(大木匠)
  • 김근태
  • 승인 2011.11.0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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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우리나라의 국보 제1호 숭례문이 방화로 인해 석반과 1층 누각 일부만을 제외하고 전소된 후 복원책임자로 대목장인 신응수 씨가 임명되자, 대목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로 지정된 대목장은 목조건축에서 건물의 설계를 시작으로 목재를 자르고 다듬는 일, 기술설계, 공사감리까지 겸하는 대목수를 일컫는 말로, 궁궐과 사찰 등을 건축하는 도편수를 가리키기도 한다.

조선시대 마지막 목수인 故 배희한 선생(1907~1997), 부안출신의 궁궐목수인 故 고택영 선생(1914~2004), 현재는 신응수, 전흥수, 최기영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대목장들. 이들의 유명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기전과 한옥마을 등 우리지역의 많은 문화재를 보수하고 목조건물을 새로 짓고 있는 대목장들이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해 완공된 태조 어진 박물관의 건축 책임을 맡은 정재숙 대목장(65).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정 대목장은 어려서부터 대목장 일을 하던 선친 故 백산(白山) 정무홍 선생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고창은 선운사 대웅전(보물 제290호)과 선운사 참당암 대웅전(제803호), 무장객사(전북유형문화재 제34호), 무장동헌(전북유형문화재 제35호), 고창향교 대성전(전북문화재자료 제98호), 어사각(전북문화재자료 제109호), 덕천사(전북문화재자료 제162호) 등 목조건축양식의 문화재가 상당수 존재했으며, 작업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린 그는 이러한 ‘오래된 집’들을 제집 드나들 듯 자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을 수 밖에 없었다는 그가 처음부터 대목장의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그가 대목장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 35세가 되던 지난 1971년. 나이가 들어 은퇴를 생각하게 된 백산 선생은 자신의 아들이 일평생을 바쳐온 이 일을 이어주기를 바라게 된다.

아버지의 간절한 염원과 목조건물이 가진 웅장함과 고즈넉함, 친숙함에 이끌린 그는 별다른 고민 없이 아버지의 뒤를 잇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는 오래된 목조건축물과 같이 변함없는 30년의 세월을 지내왔다.

그는 먼저, 목수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무장읍성의 남문 보수공사를 시작으로 현장에서의 경험도 하나 둘씩 쌓아갔다.

지난 1986년 대목장 기능자격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고창읍성의 동헌을 신축하고, 참당과 법당 보수, 대웅전 보수, 종각 신축, 내소사 천왕문과 지장암 보수, 부안 호벌치전적지의 민충사 준공, 경기전의 태조 어진 박물관 건립 등 고창과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정 대목장은 특히 터만 남아있던 고창읍성 동헌(東軒)을 지난 1987년부터 발굴조사와 사료조사를 거친 후 이듬해인 1988년에 복원했다.

“수집한 자료들을 연구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던 이곳에 동헌을 지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수리를 한적이 없어요. 그때 당시는 대목장 자격을 얻고 얼마 안된 초창기 때였고, 선배 목수 열분 정도가 함께 참여했었는데도 나이가 가장 어린 제가 도편수(대목장)를 맡았었죠. 상량문(上樑文, 새로 짓거나 고친 집의 내력 등을 기록한 것)에 도편수 정재숙이라는 기록을 남긴 것은 그때가 거의 처음이지 싶어요.” 그는 이어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시 일을 같이한 분들 중 대부분이 이미 돌아가셨어요. 대목장이라는 것은 일에 대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려고 하나요? 그래서 사람들은 관심도 별로 없고, 같이 일하는 사람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죠. 제가 지금까지 10명 정도 일을 가르쳤는데 그 중에는 오히려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더 많았던 것 같어요.”

아버지인 백산 선생이 그의 삶을 대목장의 길로 인도했다면, 지난 30년의 시간을 동행한 것은 인근의 해리제재소에서 목재를 깎는 최배홍 씨(76). 목수인 최 씨는 정 대목장이 지난 30년간 집을 짓고 고치는데 사용한 모든 목재를 자르고 깎아왔다.

이제는 어느덧 그에게 특별한 요구나 설명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척척 알아낼 정도가 됐단다.

대목장 정재숙. 그는 한옥이 현대 건축에 비해 보다 위생적이고, 더 아름답고, 수명이 오래가는 것이 장점이라고 평가한다.

또 대목장으로서 뒤틀림과 갈라짐이 없이 오랜 시간을 버티며 굳건히 서있을 ‘좋은 집’을 짓는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한다.

“집은 사람들에게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낄게 해야 해요. 문화재가 되었든 일반 한옥집이 되었던지 간에 일단 ‘집’이라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드는 거니까요. 제 유일한 바램은 지난 700년 이상을 견고히 버텨오며 사람들에게 포근함과 아름다움을 전해준 수덕사 대웅전(국보 제49호)과 같은 고전미 넘치는 ‘집’을 짓는 것입니다.” /글=김근태기자·사진=이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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