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에 대비해야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야

윤승일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최근 국제 유가가 2년내 최고치에 해당하는 배럴
당 30달러(WTI기준)를
넘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가능성 고조, 베네쥬엘라 파업사태 장기화 및 OPEC의 실질적인 감산 조치로 원유공급이
줄어든 데다 계절적 요인인 동절기 원유수요 증가가 가세한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금년 1월 12일 임시회의를 개최해 2월부터 하루 15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동 기구는 이번 조치로 유가가 대체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베네쥬엘라
파업사태, 이라크 전쟁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유가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이번의 OPEC 증산에도 불구하고 이상과 같은
국제 원유시장을 둘러싼 변수들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국제유가의 하락 가능성은 여전히 낮으며 동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단기간에 종결돼 1991년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면서도 장기화될 경우의 상황 전개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소홀해서는 안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원유소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현재와 같은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경기회복 속도가 부진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곧 우리나라의 수출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에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7.3%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은 바로 국제수지 적자로 나타나며 원유를 원부자재로 사용하는 제품의 원가상승을 가져와 석유류 가격
등 국내물가를 올리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는 그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둔화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소득수준의 향상과 차량 이용의 증가 등으로 생활에너지 및 수송에너지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01년도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 증가율을 보면 OECD(1.8%)와 전세계(1.5%) 평균치 보다 높은 2.9%로 나타났다.
그만큼 경제규모에 비해 에너지소비량이 과다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 당 1달러
오를 경우 우리나라의 국제수지는 7억 5천만 달러 악화되며 경제성장률은 0.1% 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17% 포인트 오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현재 당면하고 있는 고유가 문제를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길은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절약 산업구조로 가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다름아닌 전국민들의 철저한 에너지 절약 실천 뿐이다.

지질학자 케니스 데페이에스는 “파국적인 석유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라는 그의 저서에서 지구상의 석유생산은 2003년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석유채굴 가능량은 약간의 오차가
있어 실제 석유생산량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기는 대략 2004년에서 2008년 쯤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길게 잡아 5년 후부터는 세계적인 원유공급량이
점차 줄어들고 이에 따라 고유가 시대가 전개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석유 한 방울 안나면서도 석유소비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무엇보다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로의 이행과 대체에너지 개발 등을 통해 고유가 시대에 적극 대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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