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시절 제가 가르치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일의식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조사 결과 놀랍게도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통일을 반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접적인 이유는 제대로 된 통일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고 더 근본적인 이유는 한민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황호정(70)시인이 건강한 민족의식, 펄펄 끓는 조국애, 주변국들의 침략 근성에 대한 비분강개 등 서사적 메시지가 담긴 두 번째 시집 ‘현무(玄武)의 노래’(인문사. 8,000원)를 펴냈다.

그와 함께 교직생활을 한 소재호 석정문학회장은 그의 시에 대해 “서정시일때에도 응축되고 내포된 상징적 어휘는 여전히 민족혼이 서리는 서사성이 흥건하다.

사실 그의 시 대부분이 서사시이다.

교묘히 서정의 형모로 꾸며 있어도 기실 애절한 민족정기로 울먹이는(?) 노래들이다”며 황 시인은 ‘언제나 역사의식 속에 자신을 함몰(?)시킴으로서 스스로의 일상을 생동케하는 대단한 지사’라고 얘기하고 있다.

황 시인의 지사적 성격은 중국 관광 때 중국인 가이드가 압록강변에 서있는 호산장성을 만리장성의 시발이라고 설명을 하자 바로 이를 반박하는 ‘빼앗긴 성의 무궁화’라는 시를 지었다는 그의 증언에서 재확인 할 수 있다.

이번 시집에는 그의 역사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민족의 얼 23수, 삶의 쪼가리 26수, 시조 6수, 장편가사 2수 등 모두 57수의 작품이 담겨있다.

특히 아리랑의 어원을 찾아가는 장편가사 ‘강토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신화, 전설, 설화가 정치하게 배열되며 역사적 지성을 눈뜨게 한다(소재호)’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중국의 동북공정을 맞받아친 장편가사 ‘정북공정(正北公正)’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이처럼 서사적인 시만 쓴 것은 아니다.

2003년 ‘대한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가 처음 내놓은 시집은 ‘달을 낚다’. 배우자의 아픔을 알고 써내려간 글들이 시로 이어져 문단에 이름을 올렸듯이 상처 이후 새로운 만남이 인생의 힘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배우자를 만난 일을 ‘달을 낚았다’고 연상했다고. “3년전부터 김제에서 콩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콩 잎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면 바람 잘날 없을 우리 손주들이 생각납니다.(웃음)

앞으로는 농사와 농촌에 관한 시를 쓰고 싶습니다.

농촌은 우리들의 영원한 고향 아닌가요?” 전주예술고 교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북문예창작회장을 맡고 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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