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원광대학병원에는 지난 3일부터 봄이 찾아왔다.

병원 안에 마련된 ‘원 갤러리’에 최근 가장 역량 있는 여성 문인화가 중 하나로 인정받는 소안당(少安堂) 김연(41)의 기획 초대전이 마련된 것. ‘작은 바램’을 주제로 오는 4월 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심신이 지쳐 병원을 찾은 내원객과 환자 가족들의 마음에 자그마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고려후기부터 조선시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대부들이 즐겨 그렸다는 문인화는 세상만물의 형태를 단순히 그려내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화폭에도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잘 그려진 문인화는 좋은 글귀와 시를 그림에 접목시켜 그림 속에서는 시가 보이고, 시에서는 그림이 발견되는 그림. 이것이 이번 전시회의 초대작가인 소안당이 문인화에 매료된 이유이며, ‘문인화는 바쁜 생활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메말라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감성예술 치료제’라고 생각하는 그녀가 이번 초대전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는 또 작품활동과 전시회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전주시 평생학습센터에서 서예와 문인화를 가르치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주부와 많은 시민들의 자아실현과 심리치료에 도움을 주는 전문강사이기도 하다.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소안당은 김제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던 10살 때 처음으로 붓과 만났다.

당시 담임교사가 서예가인 강정근 선생인 까닭에 자연스레 서예를 배우게 된 것. 먹물을 한껏 머금은 붓과 한지의 여백에 매료된 어린 소안당은 이후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는 줄곧 서예부에 참여하고, 평소에도 붓글씨를 연습하는 등 꾸준히 스스로의 실력을 쌓아나갔다.

이후 고등학생 때에는 효봉 여태명 선생에게 본격적으로 서예를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원광대 서예과에 진학했다.

또 대학교 4학년 때부터는 아마추어로서 각종 서예대전에 출품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소안당은 대학졸업 후 자신의 이름을 딴 서예학원을 직접 운영하며, 원광대 서예과 대학원과정도 수료했다.

또 틈틈이 작품활동도 하면서, 어느덧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문인화가로 성장했다.

소안당은 지난 2002년, 서른 하나의 나이에 전주시평생학습센터의 전신인 아중문화의 집에서 서예강좌를 시작했다.

또 전주시 송천2동 주민센터에서 문인화와 사군자 강의를 맡고, 모교인 원광대 서예과에서도 후배를 양성했다.

“센터에서의 강의는 사군자와 문인화 수업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전통을 익히고 현대적인 미감을 살려 천연염색 천으로 다포(茶布)나 쿠션을 만든다거나, 티셔츠나 양초, 한지에 그림이나 글을 새겨 넣는 등 실생활 속에서도 서예 문인화가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어요.” 소안당은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회원들이 전통예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게 되고, 또 어느덧 하나 둘씩 아마추어 작가로 성장해 전북미술대전이나 전북서도대전, 온고을미술대전과 같은 대회에서 입상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단다.

그녀가 이러한 교육을 통해 수강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단순한 기술 전달이 아닌, 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이 자연의 생명력과 감정을 담은 따뜻하고 정감 있는 작품을 만들게 되는 것. 소안당은 또 전주시에서 시상식에 사용하는 부채상장의 글씨를 쓰는가 하면, 9월에는 송천2동 주민센터 회원들과 전북교육문화에관에서 전시회를 갖고, 오는 11월에는 개인전을 여는 등 개인적인 작품활동도 쉬지 않고 있다.

“문인화는 서양화처럼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시도 함께 담아내는 그림이에요. 사물의 안에 내재된 것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응시하는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시까지도 담아내는 것, 그것이 문인화의 가장 큰 매력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전에 얽매이고 전통을 추구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잘 알려진 시나 노랫말을 그림과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서예적인 필력이 요구되는 문인화는 직접적인 표현보다, 함축적이고 간결미를 중시하며 그 속에 맑은 기운이 감돌아야 진정한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문인화를 표현해내기 위해 다시 서예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필력을 높이고, 자신이 직접 지은 시나 한시도 작품에 담아내 진정한 시(詩)·서(書)·화(畵)의 삼절(三絶)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목표에서다.

소안당의 문인화가로서의 자기정체성은 그녀가 지난 2010년 6월, 청년서예가 선발전에서 언급한 작가론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형태에 집착하지 않고 그 속에 맑은 정신이 살아있어야 하며, 붓의 다양한 율동과 표정으로 소리는 없어도 조용히 마음의 시를 담아내고 싶다.

작품을 창작한다는 것은 물고기가 물 밖으로 뛰어오르듯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무한한 가능성이 깃든 도전정신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불을 비춰주는 것이야말로 예술가의 임무이다.

가장 문인화다운 문인화는 화중유시(畵中有詩)를 상기시킬 수 있어야 하며, 그림 속에 글씨가 들어있는 듯하며 간결하면서 문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글=김근태기자·사진=이상근기자·편집=류경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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