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실천문학신인상에 단편소설 '검은 선창'으로 당선된 소설가 서권의 유작 소설 ‘시골무사 이성계’(다산책방. 13,000원)가 출간됐다.

‘시골무사 이성계’는 고려말 부패한 권문세족과 무능한 왕에 의해 백성이 신음했던 무렵의 장수 이성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이성계는 인월에서 일만의 대군을 거느린 왜적 '아지발도'와 국운과 개인의 운명을 건 단 하루의 전투(황산대첩, 1380년)를 벌인다.

전투 초반의 이성계는 쿠데타를 일으킨 카리스마 넘치는 무장이며, 근엄하며 보수적인 조선 태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평생을 변방의 전장에서 칼을 휘두르며 공을 세웠으나, 중앙 정계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승진에서는 줄곧 미끄러지는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만 그려질 뿐이다.

이성계는 이 하루의 전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칼을 부딪치며 숨은 욕망을 발견하고 천명을 받들어, 좀 더 다른 세상과 새로운 운명을 꿈꾼다.

이때 이성계의 나이는 마흔여섯 살, "많은 이들이 무엇인가를 꿈꾸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 그 시절이라면 더더욱 뒷방 노인네 취급이나 받았을 나이"(안도현의 추천사 중)였다.

‘시골무사 이성계’는 철저히 남자를 위한, 남자소설이다.

그리고 아지발도와의 싸움에서 이긴 후,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전한 "우리의 의지가 전설을 만든 것"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늦었다 해도, 모두가 망상이라고 말해도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서 팽팽한 활시위를 당길 수 있는 자들만이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변혁의 이야기이다.

지인이었던 신귀백(영화평론가)는 그를 “아는 사람은 안다.

집필실이 없는 그는 승용차 속에 들어가 소설을 썼다.

때론 원평저수지가 보이는 곳에 차를 대고 작고 귀여운 글씨로 노트를 채워나갔고 집에서는 꼭 식탁에 앉아 글을 썼다.

컨베이어벨트만 없다 뿐이지 그는 대단한 집중력을 가진 투잡 원고노동자였다.

그는 엉덩이가 짓무르자 의자 위에 푹신한 화장실 변기 방석을 구해다 글을 썼다.

귀감이 되는 삶이었다.

”(발문 중)고 기억한다.

1961년 군산 출생. 1990년 전일여고(현 호남제일여고) 국어 교사로 부임했다.

2007년 대하역사소설 ‘마적’(전14권)을 탈고하고 같은 해 ‘검은 선창’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2009년 5월 11일 장편 ‘시골무사 이성계’를 탈고한 후, 경천 작업실에 친구, 선후배, 지인 모두 불러 그윽이 한잔 한 후 홀연 세상을 떠났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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