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교회

모악산 마실길(56㎞)은 백두대간 마실길(111㎞), 서해안 해변 마실길(64㎞)과 함께 전북도 예향천리마실길의 3대 핵심노선이다.

모악산을 접하고 있는 전주시, 김제시, 완주군에 걸쳐 있는 마실길 가운데 김제지역의 2코스를 선택해 걸어 봤다.

2코스의 시작점과 종착점은 금산사주차장.

주차장 입구 근처 탐방 안내소 뒤편 등산로가 시작점이다.

나무 계단으로 정비된 등산로를 100m쯤 걸으면 ‘도통사길’(해발 90m)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 매봉을 거쳐 모악산 정상까지 7.3㎞다.

제법 경사가 가파른 등산로를 600m정도 오르면 지은지 얼마 안돼보이는 정자가 있다. 여기가 닭지붕이다. 정자에서 금산초등학교가 있는 용화동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닭지붕이란 이름은 이 작은 봉우리가 ‘닭집의 지붕’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론도 있다. 주민 김종성(46)씨의 전언에 의하면 ‘닭지붕’이 아니라 ‘닭주봉’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악정 가는 길에 눌연계곡이 있습니다. 눌연계곡은 닭과 지네가 싸우는 형국의 지형으로 바로 그 닭의 주둥이에 해당하는 지점이 바로 닭주봉(닭지붕)이라는 것이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곳에서는 용화동 삼거리로 갈라지는 길이 있으며 마실길은 모악산 정상가는 길로 계속 이어진다.

등산로를 계속 따라 가면 ‘모악산탐방로 종합안내도’를 지나 전망이 좋아지면서 미륵전 등 금산사 경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곧이어 용화사 삼거리 이정표를 거쳐 조릿대(산죽) 길을 지나게 된다. 조릿대는 최근 각종 난치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귀한(?) 식물이기도 하다.

조릿대 길을 지나면 작은 묘지가 나오는데 묘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타래난과 양지꽃, 산자고 꽃 등을 찾아보는 일도 재미가 쏠쏠하다. 또 여기가 용화사와 등산로의 갈림길. 용화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백운동 마을로 향해도 된다.

현재 관리만 되고 있는 용화사는 1960년대 전국을 떠들썩 하게 했던 ‘서백일 교주’ 사건이 일어난 용화교(龍華敎)의 본산지다. 40여년전 이 일대를 휘쓸던 용화교의 위세는 용화사를 둘러싸고 있는 낡은 담장의 흔적을 통해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종교적 관점을 떠나 이 곳에서 잠깐 걸음을 멈추고 부근을 조용히 살펴볼만하다.

15분 정도 오름길을 진행하면 도통사 삼거리가 나온다. 도통사도 용화사와 마찬가지로 증산교 계열의 절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조금만 가면 백운동 갈림길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 대신 포장된 임도를 따라 백운동마을로 내려가야 한다. 현재 백운동 표지판은 부서져 없고 순례길 안내판도 절반이 부서진 채 방치되고 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4.7㎞. 금산사 주차장에서 2.5㎞를 걸어 온 지점이다.

백운동 마을

백운동 마을은 뽕나무 농사가 유명하다. 봄을 맞아 마을 전체에 거름 냄새가 가득하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고역이겠지만 농촌 출신들에게는 고향의 냄새이기도 하다.

잘 포장된 도로 따라 귀신사로 향하는데 동네 길을 활보하는 건장한(?) 견공들이 있어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금산사와 전주를 연결해주는 712번 지방도를 건너면 바로 귀신사(歸信寺)가 있다. 귀신사는 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金山寺)의 말사다. 보물 제826호로 지정된 대적광전(大寂光殿)이 유명하고 싸리재 방향으로 200여m쯤 가면 지방유형문화재 62호인 귀신사 3층 석탑을 볼 수 있다.

금산사

귀신사를 지나면 금평저수지까지 시멘트와 비포장 길이 반복해서 나온다. 등산로가 아닌 임도이기에 아기자기한 맛은 적다. 석탑에서 1㎞ 정도 가면 싸리재다. 유각치에서 능선을 따라 구성산(488m)을 향하는 등산로와 모악산 마실길 1코스에 있는 신아대숲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힘들다기 보다는 조금 지루한 걸음을 재촉하면 오른쪽에 분지에 있는 마을이 보인다. 바로 지난해 4월 100억 원이 넘는 거액이 묻혀있던 ‘마늘밭 사건’으로 유명세를 탔던 축령마을이다. 작은 산들에 둘러 싸인 보기에도 살기좋은 마을처럼 느껴진다.

바로 고갯길을 들면 오르막 길은 끝이다. 여기서 구성산 정상까지는 0.63㎞.

지친 다리를 이끌고 여름철 쉼터로 유명한 가산골 쉼터를 지나서 계속 내려가면 강증산이 활동한 금평저수지가 있는 동곡마을의 동곡약방에 도착한다. 현재는 대순진리회에서 시행하는 보수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다.

동곡약방

금평저수지는 원평의 넓은 들판에 물을 대주는 수원지라서 규모가 매우 크다. 날씨가 따뜻한 날에는 호반을 따라 구축된 목제 데크를 걸어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여기서 금산교회까지는 약 2㎞. 포장도로라서 걷기가 쉽지만은 않다. 금산교회는 이 코스의 마지막 볼거리. 1908년에 지어진 금산교회 건물 단면은 ‘ㄱ'형태. 기독교 선교 초기 남녀 신도 자리를 구분하기위해 지은 건축물로 유명하다. 금산교회에서 금산사주차장은 불과 500m. 모악산 마실길 김제 2코스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이병재기자 kanadasa@
 

김제 마실길 지도

▲모악산 마실길 김제 2코스
금산사주차장(0.7㎞)닭지붕(0.6㎞)용화사 삼거리(1.2㎞)도통사-백운동마을(1.9㎞)귀신사(1.4㎞)싸리재(1.3㎞)임도 정상(1㎞)가산골(1.2㎞)동곡약방(1.9㎞)금산교회(0.5㎞)금산사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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