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군 ‘예향천리 마실길’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로도 유명한 구담마을을 지나 장구목 요강바위를 거쳐 적성면소재지를 흐르는 섬진강변을 따라 조성돼 있다.

현재 모두 4코스가 조성돼 있는데 전체 길이는 27.3㎞.

취재진이 답사한 마실길은 2코스(4.5㎞)와 3코스(3.8㎞). 2코스는 강경마을 입구 안내판에서 강경마을과 세목터를 거쳐 그리고 드무소골까지이며 3코스는 강경마을 입구 안내판에서 북대미, 섬진강 마실휴양숙박시설, 현수교, 그리고 두무소골까지다.

먼저 3코스를 선택해 걷는다.

푹신한 흙길을 기대했지만 욕심이었다.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다.

게다가 섬진강변 나무 제거 작업이 한창이라서 좀 어수선하다. 적성면에 알아보니 지난해 홍수때문이란다. 갑자기 불어난 강물로 인해 많은 나무들이 쓰러졌고 또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들이 나뭇가지에 걸쳐져 보기가 흉했다고. 그래서 잘려진 나뭇가지들이 3코스 내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강 건너 섬진강을 내려다 보는 자리에 새로 만든 정자를 지나면 오는 5월 1일부터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섬진강 마실휴양숙박시설’이 나온다. 이 숙박시설은 18평형 펜션 1동과 14평형 펜션 2동이 있으며 모두 18개의 캠핑 데크도 설치돼 있다. 이미 블로그에서는 이곳 캠핑장 소식이 간간히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시멘트 길이지만 길 옆을 살펴보면 봄 소식을 만날 수 있다. 매화는 물론 춘란, 현호색꽃, 큰개불알꽃, 생강나무꽃, 그리고 보기 힘든 앉은부채꽃도 바로 이 길에서 만날 수 있다. 여기에 갓과 냉이, 쑥 등 지천에 널려있는 봄나물은 보기만해도 군침이 돌 정도다.

3코스가 끝날 즈음이면 유명한 요강바위가 있는 장구목에 도착한다. 몇년전 7박 8일간의 섬진강 도보여행 도중 잠시 휴식을 취했던 식당이 건너편에 그때 그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에는 섬진강을 가로지른 커다란 현수교가 놓여 있다. 양 강변을 오가는 편리함이야 생겼겠지만은 섬진강만이 품고 있는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아쉬움이 더욱 크기만 하다.

마실길에서 만난 김성일(45)씨는 “아름다운 강과 산을 끼고 도는 이 길은 걷는 내내 맑은 물과 아름다운 숲을 만날 수 있어 주말 걷기 여행으로는 안성맞춤이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섬진강을 끼고 걷는 3코스의 경우 곳곳이 시멘트로 포장돼 있어 조금 아쉽다’고.

현수교를 지나 계속 진행하면 3코스와 2코스가 만나는 드무소골. 벌동산에 내려온 물들을 섬진강으로 안내하는 골짜기다. 여기서부터 30여분 이상 오르막 길을 걸어야 한다. 따가운 봄볕을 맞으며 울퉁불퉁한 임도를 걷다 보면 사방댐이 나온다. 작은 물줄기지만 사방댐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가 시원스럽기만 하다.

중간에 벌동산 정상으로 갈라지는 산길이 있다. 마실길 주변에는 이름이 알려진 용골산(645m)을 비롯해 무량산(586.4m)과 벌동산이 있어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매력을 주고 있다. 구미리 용동 경로당에서 무량산과 용골산, 장구목재로 이어지는 등산코스는 약 5시간이 소요되며 아슬아슬한 암릉으로 유명한 책여산(체계산341m), 풍악산(600m), 용골산을 휘감아도는 섬진강 줄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코스로도 유명하다.

이 갈림길을 지나면 4코스로 이어지는 도왕마을 이정표가 나오고 더 내려가면 강경마을이 나온다.  

강경마을은 오지중의 오지마을로 몇십년전만 해도 변변한 길조차 없었던 마을이다.

강경마을은 ‘농사를 짓기 위해 송아지를 사서 좁은 산길로 들여오지만 막상 큰 소가 되면 팔고 싶어도 길이 좁아 내다 팔지도 못한다’는 얘기가 전해오는 마을이기도 하다.

이제는 마을까지 번듯한 포장도로가 나 있으니 정말 상전벽해다. 작은 마을에 채 10여 가구도 살지 않지만 황토벽과 담장 너머 산수유는 아직 산골의 아릿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을에서 10분 정도면 강경마을 입구 안내판에 도착한다.

/이병재기자 kanadasa@
 
▲순창 예향천리 마실길 코스
△1코스:어은정~구암정 강경마을 안내판(4㎞). 왕복 2시간.
△2코스:강경마을 안내판~강경마을~세목터~드무소골 종점(4.5㎞). 왕복 2시간 20분.
△3코스:드무소골~현수교~섬진강휴양시설~강경마을 안내판(3.8㎞). 왕복 2시간.
△4코스:강경마을 안내판~강경마을~은적골~도왕마을 입구~입석마을 앞~세릉마을, 둔기마을 입구~내월마을 입구~강경마을 안내판(11.8㎞). 편도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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