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군산 선유도에서구불길 개장식이 열렸다. 이로써 군산 구불길은 제1길 비단강길을 비롯하여 모두 8개 코스로 구성되게 됐다.

‘구불 8길’인 선유도 구불길은 다리가 놓여 있는 선유도~무녀도~장자도를 잇는 길이다. 대략 알려진(?) 코스를 보면 △선유도 선착장에서 통계마을을 거쳐 선녀봉과 장자대교에 이르는 길 △선유도선착장에서 선유대교를 건너 무녀도를 가는 길 △선유도 선착장에서 선유도해수욕장를 거쳐 남악산을 거쳐 돌아 오는 길 △장자대교에서 장자도 대장봉을 거쳐 오는 길 등이다.

코스 별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거리다.

‘알려진 코스’라고 한 것은 구불 8길 안내지도가 없어 개장식에서도 소개가 되지 않았기 때문.

이날 개장식에서는 △선착장~선유도 해수욕장~남악산 대봉 코스를 걸었다.

선유도해수욕장은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라고도 할 만큼 고운 모래가 자랑이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시인 곽재구. ‘선유도 백사장을 본 순간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생각하고는 손가락으로 한 편의 시를 썼다’고 적어 뭇 사람들에게 선유도에 대한 동경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1㎞가 넘는 백사장을 왼편에 끼고 망주봉(104.5m)을 지나 유채꽃이 한창인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 부근이 ‘전월리(밭너머)갈대밭’. 예전에는 논농사를 지었던 곳이라고 한다.

유채꽃 사이 도로를 따라 가다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따라 널찍한 길을 오르면 계단이 설치된 가파른 등산로가 나온다. 경사가 제법 심해 바닷가를 걷는 기분으로 왔다면 되돌아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10분 정도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인 전망데크가 있어 그동안의 고생을 한꺼번에 보상해 준다.

망주봉과 해수욕장이 어울린 풍경은 옛날 화보에서 보던 멋진 장면 그대로다. 그 너머엔 이제는 뭍이 돼버린 신시도와 몇 개의 바둑알 같은 섬을 사이에 둔 무녀도가 보인다.

현재는 배를 이용해야 왕래가 가능하지만 고군산군도 연결도로가 놓이게 되면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이 확실하다. 불편하지만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로가 놓여지기 전에 서둘러 다녀오라고 권하기도 한다.

고군산군도 연결도로는 정부가 직도를 공군사격장으로 계속 사용하는 대가로 약속한 사업. 신시도방조제에서 장자도까지 9.57km구간을 2차선으로 건설하는 사업으로 사업초기 2012년까지 완공키로 했던 것. 하지만 예산이 제때 지원안돼 올해 완공은 힘들다.

전망데크를 지나 남악산 대봉(155.6m)을 거쳐 가는 길가엔 하얀 둥굴레꽃은 물론 고사리도 제법 많다. 둥굴레차를 끓여 먹지만 그 꽃을 보기는 드문 일. 카메라에 꽃을 담는다. 고사리를 채취하려 등산로 주변을 바라보다 발을 헛딛으면서도 고사리를 포기 못한다. 한 여름같은 날씨에 땀이 범벅이지만 간간히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정말 시원하다. 봉우리를 하나둘쯤 지나면 등산로는 바닷가로 내려간다.

대봉 능선 대부분은 산길로 걷기에 편한 길은 아니다. 사람들이 잘 찾지않는 등산로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특별한 안전시설이 없어 내려 갈 때는 미끄럼에 조심해야 한다. 엉덩방아 찧기 쉽다.

대봉 능선에서 내려오면 남악리 몽돌해수욕장이다. 과장하면 손바닥만한 넓이다. 신시도 몽돌해수욕장의 10분의 1 넓이로 생각하면 틀림없다. 산길을 걸은 뒤 만나는 바다는 더욱 반갑다.

몽돌해수욕장을 돌아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지나니 창고같은 노래방이 있다. 건물에는 ‘2007년 방영’이라는 홍보물이 붙어 있다.

여기서 선유도 해수욕장까지는 차량 통행이 가능한 해안도로다. 해변 끝에까지 올라온 바닷물이 제법 깨끗하다. 솔섬을 바라보며 20분 정도 천천히 걸으니 선유도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여유있는 2시간 30분 거리다.

“어디서 하룻밤을 묵을까. 나는 마음속으로 무녀도를 이미 정해놓았었다. 장자도에서무녀도까지의 십 리 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완전히 어두워진 산길과 바닷길을 따라 걷는데도 마음은 수수롭기 그지없다. 기다리는 사람도 그리운 사람도 없다. 하늘에는 별이 몇 개, 어둠 속으로 희미하게 길이 이어질 뿐. 무녀도로 들어가는 선유고 다리 위에서 세 개의 가로등 불빛을 보았다. 나는 그중의 한 불빛 아래 다리를 뻗고 앉았다. 불빛이 내게 말했다. 조금 외로운 것은 충분히 자유롭기 때문이야. 나는 불빛을 보며 씩 웃었다.”<곽재구 ‘포구기행’ 일부>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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