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좋아하는 소설책도 읽고, 공부도 많이 하고 싶어요. 하지만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우린(시각장애인)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날은 온종일 자리에 앉아 있죠. 정말 다행인 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점자와 음성을 통해 책을 읽을 수 있는 행복이 가득한 곳이죠.”누군가에게 책은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소리로 읽는 책 세상이 있다.

그곳은 바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관장 송경태)이다.

세상의 모든 지혜가 담긴 책을 소리로 읽는 시각장애인도서관은 간행물을 포함, 총 12만여권의 책이 고스란히 점자와 소리로 담겨있는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은 2000년 7월11일 송경태 관장에 의해 개관했다.

독서의 세계에서 이방인으로 남아 있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송 관장이 사비를 털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세워졌다.

손끝의 촉감으로 점자책을 읽고, 소리로 듣는 도서(녹음도서)를 통해 세상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늘어난 도서만큼 시각장애인 행복 커져=시각장애인들에게 지팡이가 자신을 눈먼 사람이라고 각인시켜주는 서러움이라면 점자나 녹음도서는 희망의 문자이자 행복의 소리다.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에 비치된 도서는 간행물을 포함해 총 12만여 권. 문자확대 도서 600권, 점자도서 5만권, 녹음도서 1만2천권, 일반도서 1만3천권, 전자도서 3천권 등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선호하는 소설과 문학도서, 학습교재 및 대학생을 위한 전공도서, 철학과 종교서적 등이 총 망라돼 있다.

이들 도서는 모두 시각장애인도서관에서 자체 제작한다.

특히 이들 도서제작에는 시각장애인도서관 일꾼들의 땀으로 제작된다.

한해 자체 제작하는 도서는 350여권. 300쪽짜리(90분용 테이프 10~14개 분량) 도서 한권을 제작하는 데는 하루 1~2시간씩 한 달이 걸린다.

여기에는 녹음도서 제작을 위한 녹음봉사자들의 도움이 크다.

△전국최초 말하는 인터넷도서관 운영=글은 멋을 느끼고 맛도 봐야 한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눈으로만 책과 글을 읽어내서는 안 된다.

오감이 다 동원되어야 한다.

냄새를 맡고, 울림도 듣고, 촉감도 느껴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의 입 안이며 머릿속까지 새콤달콤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시각장애인들은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만들어 진 것이 말하는 인터넷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2001년 4월 전국 최초로 개설돼 운영 중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책을 인터넷상에서 들으며 도서에 담긴 오감을 전달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문화센터 자리매김=송 관장은 “시각장애인도서관은 지식 습득뿐만 아니라 평생학습, 문화관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각은 갈 곳 없는 장애인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시각 때문이다.

이에 시각장애인도서관은 점자 및 녹음도서 발행과 함께 교육, 문화, 재활정보지 보급, 재활복지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문화관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정보화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맘껏 책보고, 영화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도서관의 핵심인 녹음낭독, 점역을 위한 자원봉사자 교육은 필수다.

이밖에 매월 2인1조로 실시하는 등반대회, 독후감현상공모, 영화•공연•감상 등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문화체험 향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점역•녹음 자원봉사자 마음으로 꿈과 희망 전달=올 2월 평생 몸바쳐온 교단을 정년퇴직한 강신무(63)씨는 일주일 2번씩 시각장애인도서관을 찾는다.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도서녹음봉사 때문이다.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으로 살아왔지만 이젠 ‘책 읽어주는 남자’가 되면서 새로운 기쁨을 찾고 있다.

강씨는 “한번 녹음을 시작하면 꼼짝 없이 45분 동안 책을 읽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내 목소리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좋은 정보와 자료, 또는 행복감을 가질 수 있다면 이만큼 행복한 봉사는 없다”며 도서녹음 자원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현재 시각장애인도서관은 녹음 및 점자도서 제작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한 해 1천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 시각장애인도서관을 함께 이끌고 있다.

/윤승갑기자 pepe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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