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사회를 향해 울부짖다

“투명과 불투명의 사이, 명징함과 모호함의 경계쯤에 시를 두고 싶었으나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개판 같은 세상을 개판이라고 말하지 않은 미적 형식을 얻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다.

말과 문체를 갱신해 또다른 시적인 것을 찾고자 하였으나 그 소출이 도무지 형편없다.

저 들판은 초록인데, 나는 붉은 눈으로 운다.”(‘시인의 말’)

올해로 등단 28년을 맞은 시인 안도현이 열번째 시집 '북항('문학동네 시인선' 20권)을 펴냈다.

안도현시인
안도현 시인의 시세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줄 뿐 아니라, 작금의 사회를 향한 시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두 63편의 시가 담겼다.

서시인 '일기'는 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여 이 시집에서 시인이 주목하고 있는 것들, 독자가 귀 기울여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소소한 일상을 나열하고 마지막에 “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라고 끝맺는 이 시는 안도현 시인의 시적 태도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는 문인들이 뽑은 2011년 최고의 시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현 정부에 들어서 시인이 쓴 몇 편의 시에서 작금의 상황과 그 속에서 울고 있는 시인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햇빛의 아랫도리 짱짱해지고/백두대간의 능선이 꿈틀거리는 때,/우리 울진 금강송 숲에서/한 마리 짐승이 되어 크렁크렁 울자”(‘울진 금강송을 노래함’). 지극히 평온한 외관 아래 그 공격성을 숨기지 않고 있는 이번 시집은 한 편 한 편의 시가 저마다 시론으로 읽히기도 하거니와 더욱 깊어져서, 우리가 알고 있던 것 너머의 시인 '안도현'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황현산 문학평론가(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은유의 울타리’라는 제목의 시집 해설을 통해 “안도현의 새 시집에서 은유는 적중하기에 실패한 표적으로 자주 제시되나 시는 실패하지 않는다.

그들 실패담이 세련된 문체와 적절하고 울림 많은 리듬으로 쾌적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하나하나가 현실의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하나씩, 미소한 가능성을 하나씩 확인해나가는 길의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시는 영원한 빛과 날마다 만나는 어둠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시인 안도현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했으며,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으로는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외 다수가 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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