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이 사건(변산 두 딸 살해사건)은 암살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실력 있는 킬러가 조직의 수상한 움직임을 감지하게 되면서 조직을 조사, 응징하게 되는 ‘원티드’란 외국영화를 연상케 합니다.”

18일 오전 11시 전주지방법원 제2호 법정. 법정에서는 지난 3월 8일 부안군 변산면격포리 한 모텔에서 두 딸을 살해한 권모(38)씨의 신청에 의해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장에서 권씨의 변호를 맡은 한 변호인은 의미 담긴 한 숨을 먼저 내쉬며 이렇듯 ‘원티드’란 영화를 설명했다.

변호인이 영화 ‘원티드’의 사례를 들며 재판을 시작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권씨가 자신의 두 딸을 상대로 그토록 무자비한 범행을 저지른 배경과 이유가 무엇인지 파헤쳐 이를 입증하기 위한 발로로 풀이된다. ‘시스템(조직)’이란 존재를 만든 양모(32)씨의 지시와 명령을 받고, 이를 절대적으로 복종하면서 두 딸 살해에까지 이른 영화와 같은 실제 상황이 이번 사건에 담겨있음을 뒷받침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변호인 측은 이번 사건에서 영화 및 TV드라마 속 장면이 ‘오버랩’되는 두 딸 살해 배경과 이유가 존재하고 있음을 양씨의 신문을 통해 밝혔다.

증인 신문 과정에서 ‘시스템’이란 허구적 종교를 만들어낸 양씨가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자신의 범죄를 덮기 위해 권씨에게 정신적, 경제적 압박을 극대화 했고, 두 딸을 살해하는 방법이 묘사된 살인에 관한 영화를 끊임없이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완전범죄를 노리며 범죄에 성공하는 내용의 영화까지 보게 했다.

양씨가 이번 사건을 연동케 하는 TV드라마 ‘싸인’, 영화 ‘피의 중간고사’, ‘실종’ 등을 권씨에게 보여주면서 두 딸의 살인을 부추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드라마 ‘싸인’ 속 장면에서는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권씨는 자신의 둘째딸(7)을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시켰다.

‘피의 중간고사’는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만 공부 잘하는 여고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이를 파헤친 부모가 딸을 죽인 교사와 나머지 학생들을 치밀하게 보복 살인하는 영화다.

양씨 역시 권씨의 큰딸(10)이 동년배인 자신의 아들을 무시하고, 보다 똑똑하다는 생각에 미워했고, ‘시스템’ 지시를 통해 권씨로 하여금 큰딸을 학대하도록 했고, 자신도 폭행을 일삼았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양모씨는 “평소 자주 보는 영화로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소지하고 있었던 영화를 같이 본 것뿐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권씨 변호인 측은 “실제 영화 및 드라마 속 장면과 같은 살인행위가 이어진 점을 비춰봤을 때 양씨가 살인방법이 담기거나 살인영화를 보여준 의도가 궁금하다”며 “영화와 같은 ‘두 딸 살인사건’에 대한 배경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승갑기자 pepeyoon@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