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와리 출신 작가 이원구가 장편소설 ‘백년간의 비밀(화남, 1만5천원)’을 펴냈다.

‘백년간의 비밀’은 한국 근현대사 100년 동안 그 집안의 5대가 겪어야 했던 작가의 가계사적 흥망성쇠의 과정과 1894년 동학농민혁명과 일제하 전북지방의 항일투쟁, 한국전쟁과 이후 남북 이산가족 상봉 속에서 겪어야 했던 좌우익 간의 갈등과 해원, 작가 집안의 역사적, 사회적 비밀을 추적해낸 문제의 소설이다.

작가는 익산 미륵사 근처의 외갓집에서 어렸을 때부터 집안내력을 듣고 자랐다.

열두 명의 하인을 거느리고 백말을 탄 외고조부가 동학농민전쟁 때 봉기하였으나 왜놈의 총에 맞아 부상당하고, 장수에서 결국 처형당하고 말았다는 영웅담이었다.

이런 기억은 후에 ‘동학농민혁명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유족으로 인정받는 시작점이 됐고 한국전쟁 때 의용군으로 출전한 친삼촌의 생존 소식을 통해 동학과 한국전쟁으로 드러난 사회정치적 모순에 대한 고민을 글로 쓰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 작가의 고향인 와리가 일제 때는 완주군의 농민운동의 본거지였으며 해방 후엔 민족자주 통일운동의 선봉에 섰다가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 책의 서술 배경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고 있다.

요컨대 ‘백년간의 비밀’은 전북지방의 수난사이며, 동학농민혁명군 후손의 가족사이며, 인류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구도적 탐구소설이지만, 넓게는 처참하게 희생된 30여만 명의 동학농민혁명군, 연좌제와 궁핍으로 비루한 생을 걸머진 그 후손들의 100여 년에 걸친 고난과 항쟁,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여 그 명예를 회복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탐정이 범죄의 흔적을 추적하여 범인을 체포하듯 역사 추리소설 식의 창작방법론을 선택했다”며 “증언을 기초로 문헌자료에서 그 내용을 검토하고, 현장답사에서 재확인하여 과거 100여 년 동안에 일어난 사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과거를 복원해 냈다”고 말했다.

작가는 삼례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와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전북 김제 만경고와 서울 휘경여중에서 35년간 국어교사로 일했다.

현재 ‘한국평화문학포럼’ 이사, ‘원불교 서울문인회’ 이사, ‘동학농민혁명유족회’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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