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다녀온 이라면 한번쯤 갈치조림을 맛봤을 것이다.

그 맛을 찾아 이곳 저곳 다녀보지만 낭패한 경험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전주시 효자동2가 1308-1번지에 위치한 제주갈치조림 백반 전문점인 ‘자린고비(대표 서숙자)’는 제주도 현지 갈치조림에 뒤지지 않는 맛을 제공하는 흔치 않은 음식점이다.

갈치 맛은 아무래도 조금 차이가 있지만 갈치조림 특유의 달짝지근하면서도 매콤하고 개운한 뒷맛은 ‘바로 제주도 그 맛이야’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올해 3월 문을 연 이 곳은 주인 서씨와 고모 두 분이 함께 운영된다.

이 곳 맛의 비결은 서씨의 손맛도 좋지만 신선한 재료에 그 비결이 있다.

제대로 재료를 썼고, 제대로 국물을 우려냈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채 갖가지 재료들이 제 맛을 내도록 한 것이다.

이 맛을 내기 위해 서씨는 충북 음성군에서 갈치 맛으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곳에서 직접 맛의 비결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채소와 밑반찬은 서씨가 모두 텃밭에서 직접 기른 것들로 마치 오랜만에 집에 오신 귀한 손님을 맞아 정성스레 차려낸 상차림처럼 양념 한 가지, 찬 한 가지에도 조심스러움과 정성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다.

갈치는 그날 그날 신선한 것으로 제주 성산포에서 직송된다.

특히 이 곳에서 사용하는 갈치는 낚시로 잡아 올린 제주도 직송 은갈치로 입 안에서 녹는 그 부드러운 맛은 여느 생선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풍미를 자랑한다.

서숙자 대표

서 씨는 “연중 물건이 달리지 않는 제주 갈치만 쓴다. ‘망갈치’가 아니라 ‘낚시갈치’만 쓴다”고 했다.

그물로 잡는 망갈치는 갈치가 버둥거려 육질이 단단하지만 낚시갈치는 살이 부드럽다.

매일 재료를 가지고 오니까 싱싱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래서 인지 이 곳의 갈치조림 맛은 예사롭지 않았다.

‘속살’이란 말의 진수였다.

뻘건 고춧가루 밑에서 갈치의 흰살이 백설공주의 목덜미처럼 농염하게 드러났다.

아득한 그 맛에 혀가 녹아 입속이 포근해졌다.

갈치 밑에는 무와 감자가 쫙 깔렸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무와 감자 등으로 맛을 낸 이 맛이 바로 ‘제주식’ 갈치조림이란다.

제대로 된 갈치조림을 먹어본 이들은 공감하겠지만 갈치조림 역시 간장게장 못지않은 밥도둑이다.

발라낸 살과 조림 국물을 밥에 비벼 한입 한입 먹다보면 ‘자린고비’의 갈치조림도 어느새 밥도둑으로 변신한다.

한 마리를 길쭉하게 두 동강 낸 갈치가 찜 안에서, 입속에서 살아서 퍼더덕거린다.

이 곳의 또 다른 추천메뉴는 고등어구이와 삼치구이. 고등어구이는 그릴에 구워 기름기가 쪽 빠졌다.

겉은 바삭한데, 속살은 촉촉하면서 부드럽다.

고등어의 싱싱한 맛과 구이 특유의 맛이 잘 살아있다.

삼치 역시 겉이 바싹 구워져 입맛을 당긴다.

뽀얀 속살은 오동통해 생선 살 자체의 맛은 더 잘 느껴졌다.

소금 간이나 양념장에 파묻힌 구이 맛이 아니어서 마음에 든다.

이번 주말 가족들과 친구들, 연인과 함께 이 곳 효자동 ‘자린고비’를 찾아 무더위로 지친 여름철 입맛을 되살려 보는 건 어떨까. 제주갈치조림·구이백반 1만2천원, 고등어·삼치구이 6천원, 고등어·영광굴비조림 7천원 주소: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2가 1308-1번지 문의:(063)222-3792/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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