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짜증만 나고 집중도 안돼요.”

지난 16일 오후 2시 전주시 효자동 A 중학교 3학년 교실. 비좁은 교실에 30여 명의 학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탓인지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실제 온도보다 훨씬 높아 보였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창문을 열어놓고, 선풍기를 돌려 보지만 역부족이다.

학생들은 무덥고 습한 날씨에 지쳐 수업에 대한 의욕이 없거나, 수업시간 내내 부채질하느라 정작 수업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더위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모(16)군은 “날이 좋으면 더워서 힘이 들고,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리면 습하고 찝찝해서 도무지 수업에 집중이 안 된다”며 “사용하지도 못하게 할 거면 에어컨을 뭐 하러 설치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담임교사 정모(31·여)씨도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수업 중에 조는 학생들도 더 늘어나는 것 같다”며 “적정 냉방온도를 지키라는 지침 때문에 마음대로 에어컨을 켤 수 없다”고 말했다.

더위와의 전쟁은 관공서 등 공공기관, 은행 등 일반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북도청은 외벽이 유리로 돼 있는데다, 작은 창들이 있어도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찜통 같았다.

도청 직원 대부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모시방석과 손 선풍기 등 냉방용품을 동원해 더위와 싸우고 있다.

공무원 B씨는 “사무실에 보면 각자 컴퓨터 한 대씩 놓고 일하고 있고, 밀폐된 장소에 전자 장비들이 내뿜는 열기도 무시 못 한다”며 “장마가 끝난 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다”고 울상을 지었다.

공공기관의 냉방온도 제한에 따른 불만은 시민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왔다.

 이날 민원 업무를 보기 위해 도청을 찾은 대학생 김보람(23·여)씨는 “28도면 외부 온도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지나치게 이상적인 온도로 책정한 것 같다”며 “에너지는 절약될지 모르겠으나 일에 효율이 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무더위 도피 장소로 각광을 받던 은행과 대형 유통업체 매장도 옛말이 됐다.

서신동의 C은행에는 ‘물자·에너지절약 계획에 따라 실내 냉방온도를 28도로 유지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내걸려 있었다.

은행을 찾은 한 시민은 “은행만큼 여름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는 데도 없었는데 이제 다 옛일이 돼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실내 냉방 기준온도 28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방기 가동을 자제하면서 공공기관과 학교, 대형마트 등이 ‘에너지 다이어트’로 헉헉대고 있다.

이에 사방이 막힌 사무실이나 전자기계가 많은 업무환경에서는 실내 온도를 적절히 낮출 것을 요구하는 등 근무환경에 따라 냉방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 최영임(52·여)씨는 “아침, 저녁은 몰라도 한낮에는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냉방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황성은기자 eu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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