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은 무섭지 않았는데, ‘볼라벤’이 몰고 온 바람을 실감하고 나니 바람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길이 벌써 걱정스러워 지네요~.” 순간최대풍속 34.8m/s(125km/h)의 강풍을 동반한 초대형 태풍 ‘볼라벤(BOLAVEN)’이 강타한 전북은 혼란스러움과 무서움 그 자체였다.

이날 전주는 주택 및 건물 안 곳곳에서 움츠린 채 외부활동을 삼가 하면서 북적였던 도심거리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산했다.

전주 곳곳의 상가 역시 문을 걸어 잠그기 일쑤였다.

워낙 강한 바람 앞에 출입문이 저절로 열리고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파편 때문에 걸어 잠글 수밖에 없었다.

손님맞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바깥 태풍의 위력을 눈으로 실감하기에 더 바쁜 눈치다.

우산을 쓰고 갈 길을 나선 몇몇 시민들은 강풍 앞에 힘없이 못쓰게 된 우산을 버리면서 잰걸음을 재촉, 바람 피할 곳을 찾아 이동하기 바빴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바람소리까지 무서운 ‘볼라벤’ 위력 앞에 “오늘 만큼은 이른 퇴근을 해야 겠다”며 “밖에 나서기가 겁이 난다”고 이구동성이다.

길게 꼬리를 물었던 차량도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덕분에 도심거리는 한산했다.

 ‘볼라벤’이 품어낸 바람 앞에 각종 가로수는 갈대보다 못한 존재였다.

도심 속 가로수는 뿌리 채 뽑혀 힘없이 쓰러지기 일쑤였고, 꺾인 나뭇가지가 차량을 덮치고 전선위에 걸려 도심 건물의 정전사태를 유발했다.

대부분 운전자들은 이 때문에 건물 지하주차장 등 안전한 곳을 찾아 차량을 이동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런 탓에 도심 거리는 아직 여물지 않은 은행 열매를 비롯, 각종 나뭇잎과 스치로폼 등으로 쌓이면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건물 벽면에 부착된 간판 역시 휴지조각처럼 휘고, 뜯겨져 나가 떨어져 차량 파손으로 이어지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농촌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태풍 ‘볼라벤’이 몰고 온 바람은 다 키운 자식과 같은 농작물을 쓸고 갔다.

과수농가는 다 자란 과실이 낙과됐고, 들녘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벼는 쓰러지고, 시설하우스가 찢어져 비닐이 펄럭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태풍 ‘볼라벤’은 올 가을 농가가 누려야할 기쁨을 앗아가면서 농심(農心)에 큰 상채기를 남겼다.

이날 도심이나 농촌 모두 태풍 ‘볼라벤’의 경로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태풍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역력했다.

/윤승갑기자 pepe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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