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밝은 세상을 위하여'…인라인타는 의사선생님
FIRS(국제롤러경기연맹)과 대한롤러경기연맹이 주최하고, 전주시통합체육회와 전주시통합인라인롤러연맹 등이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어느덧 10회째를 맞으며, 체육엘리트와 생활체육 동호인 등 4천여명이 출전하는 전국최대규모의 인라인스케이트 대회로 성장해왔다.
지난 2003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조직위원장을 맡아 현재 대회준비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정영택 위원장을 만났다.
정 위원장은 특히 지난 6월 처녀 출전한 공식대회인 인천대회 21㎞ 구간에서 당당히 36분 40초대의 기록으로 완주해, 이번 대회에는 42㎞ 구간에 출전해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 함께 기량을 겨룬다.
전주시 중화산동 백제로변에 위치한 온누리안과 원장이 본업인 정 원장이 인라인스케이트(이하 인라인)에 입문하게 된 것은 인라인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잠시 짬을 내면 할 수 있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
“처음 탔을 때가 스키시즌의 막바지인 2월이어서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스키를 타러 다녔습니다.하지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병원을 지켜야 해서 제가 유일하게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일요일 뿐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크리스천이라 주일에 교회에는 반드시 가야 해요. 결국 스키를 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요일 새벽 세시에 혼자 일어나 2시간 30분 동안 차를 몰고 무주에 가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타고 다시 전주로 돌아와 11시 예배에 참석하는 것뿐이었죠.”
하지만 스키는 겨울철에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정 원장은 1999년부터는 운동을 위해 인라인을 구입하고 틈이 나는 대로 주차장이나 인근 공원 등에서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주시 통합 인라인 롤러연맹 회장을 맡아 2003년부터는 동호인들을 위해 인라인마라톤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인라인은 처음 탈 때 누군가의 손에 의지해야 하는 운동이자, 엄마아빠 손을 잡고 온 가족이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입니다. 또 많은 가정에서는 아이가 부모보다 더 잘 타 자녀가 부모를 가르치고 이끌며 가족간의 유대에도 좋아요.
인라인 저변확대를 위해 2003년 시작된 전주대회는 2005년부터 국제대회로 열렸습니다. 올해는 대회 1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입니다. 전주대회는 또 전국 최대 규모이자 인라인을 타고 도심지를 달릴 수 있는 유일한 인라인대회이기도 합니다.”
정 원장은 또 본업인 안과전문의로서는 지난 2001년 개인병원을 개원한 이후, 매년 3~40명씩 총 300여명의 전북지역 소방관과 경찰관들에게 무료 라식 및 라섹 수술을 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1년은 서울 홍제동 주택화재로 총 6명의 소방공무원이 안타깝게 순직한 사고가 발생한 해로, 정 원장은 방화복을 입고 화재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들 중 시력이 좋지 않은 소방관들이 안경도 쓰지 못한 상태에서 연기와 치솟는 불길에 시야까지 좁아져 사고위험이 가중될 위험이 있다는 생각에 이 같은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정 원장이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무엇보다 예수병원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하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가정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그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하는 예수병원에 놀러 가면, 병원에는 늘 먹을 것이 많았고 그 맛있는 것들은 가장먼저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에게 먼저 돌아갔다는 것.“어린 시절부터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어요.
놀이터와 같았던 병원에 대한 좋은 추억과 흰 가운을 입은 의사에 대한 어린 마음의 경외심. 또 의사라는 직업은 좋은 일을 하면서 좋은 대접을 받는 몇 안 되는 직업이라 생각했어요.” 전북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인턴과정을 거친 후 1990년 전공으로 안과를 선택했다.
2001년까지 전북대 의대 교수를 지낸 정 원장은, 같은 해 후배들과 함께 전주푸른안과를 개원했다.
또 전주시 서신동에 분원인 정영택안과를 운영하다 지난 2009년 후배들에게 푸른안과를 맡기고 분리해 현재 온누리안과를 운영하고 있다.
온누리안과는 특히 장기이식등록기관이자 장기이식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지방병원으로는 드물게 수백 차례에 달하는 안구이식수술을 해왔다.
그에 따라 정 원장은 기증자의 시신에서 이식안구를 적출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각종 진료를 하는 등 매일같이 바쁜 일정을 보내왔다.
“온누리안과는 개인병원 중 거의 유일하게 병원에서 안은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안은행에는 1년이면 60~80개의 안구가 기증되는데 절반은 직접 이식수술을 하고 나머지 절반은 긴급한 환자들을 위해 전국으로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현재 안구기증은 수술필요환자의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연간 안구이식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는 5천 명에서 1만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1년에 수술을 받는 환자는 1천명도 채 안돼요. 그 중 국내각막은 500여 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부금 명목의 돈을 내고 수입한 각막이죠.” 정 원장은 끝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구는 사후 이식이 가능하고 익사사고 사망자나 제초제 중독 사망자도 기증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이식에 자유로운 편입니다.
그러나 사망 후 화장률은 70~80%로 높아진 반면 장기기증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의식은 이 일을 시작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어요.
특히 안구는 기증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아요. 그러나 안구기증을 통해 누군가는 난생 처음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또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 집 안에서만 평생 갇혀 살아야 했던 여자 환자가 있었습니다. 단 한번도 홀로 집 밖에 나와보지 못하고 안에서 아이만 낳아 길러야 했던 그녀가 수술 후 병원에 찾아와 자신이 살던 장계에서 버스를 타고 혼자 왔다며 기뻐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해요. 안은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년이면 1억 정도의 적자가 생깁니다. 그럼에도 유지하는 것은 이 일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이고, 가봐야 별다를 것이 없는 곳인 줄 알면서도 누군가는 꼭 가야 할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글=김근태기자·사진=이상근기자·편집=류경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