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에 가까운 긴 공연, 관객 사로잡다

▲ 지난 16일 소리문화전당 모악당에서 공연된 전북도립국안원의 창극 '춘향아씨'
겉 멋과 기름기가 빠진, 잘 만들어진 창극 작품이 무대에 올려져 갈채를 받았다.

지난 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공연된 전북도립국악원의 창극 ‘춘향아씨’는 3시간에 가까운 긴 공연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동안 창극의 대중화라는 고민 아래 다채로운 볼거리에 치우친 유행하는 창극 대신 ‘소리’에 무게를 둔, 어쩌면 시대를 역행하는 ‘반동적’ 공연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너무나 뻔한 춘향 스토리지만 장면마다 박수 갈채를 보내고 무대의 막이 내려져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 관객들의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지나치게 화려한 조명과 무대, 음악을 자제하고 소리꾼의 진짜 ‘소리’를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는 송재영 창극단장의 바람은 얼마간 실현된 듯하다.

이도령과 춘향이 월매 몰래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 이도령 어사출도에서 현란한 조명이 잠시 보였을 뿐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조명과 소리를 받쳐주는 수성반주 등은 요란한(?)퓨전 창극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춘향역을 맡은 장문희 명창의 뛰어난 소리와 연기는 공연장을 압도했다는게 중론.자막 등에서 작은 실수가 있었지만 이번 공연이 전통 창극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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