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윤씨 소설 '프린세스 바리'

▲ '프린세스 바리'는 세상의 규칙과 삶의 방식에 대해 무지한 '바리'가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사랑을 알아가다가, 어쩔 수 없이 부조리한 세상의 모습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다.
서서히 우리 소설사의 중심에서 사라져간 밑바닥 삶을 성공적으로 귀환시킨 소설 ‘프린세스 바리’(다산책방, 1만3천원)가 출간됐다.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프린세스 바리’는 바리데기 신화를 바탕으로 두고, 인천 변두리 지역을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디테일하게 복원했다는 평을 받았다.

‘프린세스 바리’는 세상의 규칙과 삶의 방식에 대해 무지한 '바리'가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사랑을 알아가다가, 어쩔 수 없이 부조리한 세상의 모습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이다.

열차가 수인선을 달릴 때는 호황을 누렸으나, 노선이 폐지된 이후로 한순간에 몰락해버린 수인곡물시장. 이제는 외지에서 밀려온 자본에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공간.작가는 자의든 타의든 도시에서 떨어져나간 인생들의 안식처인 이 공간에 자신을 버린 부모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저승으로 생명수를 찾아 떠난 바리공주 이야기를 새로운 문제의식으로 재해석해서 전혀 다른 이야기 하나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문을 열면 바로 앞에 기찻길이 있고, 비만 내리면 집 뒤 동산에서 흙이 쏟아져 내리는 집이 있다. 바리는 이곳에서 토끼 할머니와 지내며, 중국인 소녀 나나진에게 세상 물정을 배워가고, 굴뚝 청소부 청하와 사랑을 키워간다.

토끼 할머니와 함께 바리를 돌봐준 산파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바리가 좋아했던, 옐로하우스에서 몸을 팔던 '유리' 연슬 언니는 자살을 했고, 느지막이 만난 사랑이 죽자 청하의 할머니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저자 박정윤씨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중첩적으로 보여주며, '바리'와 이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스런 사건들을 그려낸다. 소설가 박범신은 ‘프린세스 바리’에 대해 “안정되고 감성적인 문체와 예민하게 끌어올린 문제의식, 우리네 밑바닥 삶의 디테일한 복원이 남다르다.

무엇보다 버림받은 ‘바리’의 사랑과 그 좌절이 매력적이다”고 평가했다. 저자 박정윤은 1971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바다의 벽’이, 2005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 ‘길은 생선 내장처럼 구불거린다’가 당선되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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