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에서 출하한 농산물 박스를 버리고 재포장해 출하하는 소위 박스갈이가 농산물 유통업계에 심각한 폐단으로 지적되고 있다.

29일 전북 고창군에서 농산물 산지 유통업에 종사하는 김모(48)씨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들이 산지 농산물 박스 포장을 자사 브랜드 등으로 상자를 바꾼 뒤 판매하는 이른바 ‘박스갈이’ 관행이 여전하다”며  “포장비 등 물류비의 추가 발생으로 인한 떠넘기기식 소비자 피해와 산지브랜드 육성을 저해하는 이와 같은 행태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유통업체의 관행적인 박스갈이는 포장비와 인건비 등을 증가시켜 소비지에서의 농산물 판매가격을 높아지게 만들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농산물유통업계에서 박스갈이라는 폐단이 남아 있다는 것은 있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 ”이라며 “산지에서 공들여 보낸 포장상자를 그냥 버려 농산물 판매가격을 더 높아지게 만드는 등 이런 비합리적이고 낭비적인 행태에 대한 유통업자들의 인식 전환과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지에서 출하된 농산물의 박스갈이는 주로 도매시장 중도매인이나 해당 업체의 중간 공급업자 등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추석에도 이러한 중도매인들이 산지 포장을 해체하고 박스갈이 하는 과정에서, 멀쩡한 상태로 내다버린 산지 포장상자들이 수북이 쌓여 있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 동안 농산물 산지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과 비용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유통업체들의 박스갈이로 산지브랜드들은 결국 사장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도내 농산물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판매 마진을 노출하지 않고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려는 유통업체들의 박스갈이라는 치졸한 전략에 대응해 이제는 산지들도 조직적인 규모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앞으로는 산지에서도 소포장 등 다각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 한 시점”이라며 “자신들의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박스갈이 근절을 떳떳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병선기자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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