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30주년 기념작 '천년의 달'

▲ 일본 초청작 '태'

“전주동부시장 지하 주차장 자동차 2대 공간에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자동차 2대 주차료가 사무실 임대료였죠.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24시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던 것이지요. 저를 비롯한 단원들은 그렇게 노력해서 전국연극제 대통령상을 2번(1986년, 1989년)이나 받았습니다”

지난 1982년 5월 출범 이후 전북연극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황토레퍼토리컴퍼니(이하 황토)가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황토를 창단부터 지금까지 이끌어 온 박병도 교수(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는 창단 당시의 기억을 이렇게 떠올린다.

▲ 일본 초청작 '태'

“전북연극의 큰 별이시던 박동화 선생님이 작고 한 이후 연극계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연극배우를 취미로 했지 직업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반성이었습니다. 즉 프로의식이 없는 연극의 한계를 체감하면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황토입니다”

황토의 역사는 안상철, 조민철, 권오춘, 김희식, 장제혁, 최경식, 정경림, 정진권 등 극단이 배출한 배우들 이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현재 전북 연극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들로 황토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황토 30년의 힘을 응축해 보여주는 30주년 기념공연 ‘천년의 달’이 16일과 17일 무대에 오른다.

박병도 교수가 극작과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후백제를 세운 견훤을 소재로 한 창작 연극. 천년의 달은 후백제 ‘견훤’을 전기적 재현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인간적 아픔과 가족사의 비극, 그리고 원과 한의 맺힌 철학적 알고리즘을 풀어내는 심도 깊은 작가적, 연출적 역량을 쏟아 부은 작품이다.

따라서 이승과 저승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비현실적 현상을 대입하고, 육백년 백제의 영화를 이어보려 하는 후백제의 흥망성쇠가 모두 ‘업(karma)'과 인과응보에 의한 초자연적 연결고리에서, 결국은 결자해지라는 인간 삶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심오성을 겸비한 초연작이다.

황토 창단 멤버인 권오춘, 김희식, 장제혁, 김덕주, 최경식, 정경림 등의 명품 중년배우와 류경호(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장), 박상원씨 등이 무대의 중심에 서며, 2000년대 이후 극단에 수혈된 젊은 연극인 류성목(st99 대표), 김동환, 염광수, 이란호, 김그린, 강성락, 김창현, 이미리 등과 산학협력을 맺고 있는 전주대학교 문화산업대학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학생이 세를 더한다.

‘한국적 환타지아 재창출의 대표적 연출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병도 교수의 독창적 색깔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작품은 16일 오후 7시 30분, 17일 오후 3시, 7시 등 모두 3차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만날 수 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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