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흡연율 2위국'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벗기 위해 정부가 '담배와의 전쟁'에 본격 나섰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2009년 기준 44.3%로 34개 회원국 중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자료에서도 만 19세 이상 우리나라 흡연인구는 2010년 기준 27.5%로 미국 평균 흡연률 15.1%보다 약 2배 높은 수준이다.

청소년들의 흡연율도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 흡연 경험 연령이 지난해 기준 12.7세로,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청소년(중1~고3)의 26.0%는 '흡연한 경험'이 있었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보사연은 흡연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2007년 기준)을 약 5조4603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간접흡연과 화재로 인한 피해액까지 합치면 이 비용은 5조6396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흡연은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담배규제문제는 더 이상 단순한 개인의 기호문제가 아닌, 국민건강증진 및 국가의 발전 차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흡연과 관련한 규제와 조치를 강화하며 '담배와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이다.

복지부는 지난 9월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오도문구 사용금지, 담배성분 공개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오는 12~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5차 당사국총회(COP)'를 열고 담배규제 강화를 위한 국가간 협력을 도모한다.

총회에서는 전세계 공항 등에서 면세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채택하고, '담배제품 불법거래'를 근절하는 내용의 의정서를 의결할 예정이다.

임종규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가이드라인이 채택되더라도 각 국 내에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공항에서 면세담배가 없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몇년 정도 충분히 기간을 거치면 전세계 공항에서 면세담배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총회에서 의결될 의정서는 '담배제품 불법거래'와 관련한 것으로, 자국 내 담배 제조에서 판매까지의 공급망을 감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반시 형사 책임(수사·기소)을 물을 수 있는 국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여러 나라에 공통으로 발생하는 위법행위에 대한 국가간 공조를 위한 조치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의정서 발효 후 5년 이내 당사국은 모든 담뱃갑에 원산지 및 판매지 정보가 담긴 고유 식별표시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의정서가 채택되면 40개 당사국 비준으로 협약과 더불어 국제조약으로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의정서에 대한 비준 절차를 거치고 그 이행을 위해 국내 관련 법률 제·개정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밀수·위조 등 불법 유통·무역으로 인한 세수손실액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405억 달러에 이른다"며 "불법거래는 담배에 대한 접근성 및 구매력을 증가시켜 청소년·저소득층의 흡연율을 증가시키며, 이러한 문제를 국가간 공조 속에 해결하기 위해 '담배제품의 불법거래 근절을 위한 의정서'가 채택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회 이후 복지부는 내년 4월부터 담뱃갑에 흡연의 폐해를 담은 경고그림을 부착과 담배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전부개정안 시행 준비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는 담뱃값에 30% 이상 경고문구만 표기토록 돼 있지만, 앞으로는 앞면·뒷면·옆면에 각각 면적의 50%이상을 경고그림이 차지해야 한다.

경고그림 표기 의무화는 캐나다, 호주 등 전세계 56개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2∼3%정도의 흡연률 감소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담배제품에 '라이트, 마일드, 저 타르, 순' 등의 오도문구 사용도 전면 금지된다. 담배연기 성분 및 첨가물도 공개된다.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과 성분 공개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추진돼 왔지만 담배회사와 국회, 흡연자들의 반발로 처리되지 못하고 번번히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이번 국회에서는 이 법안이 무사히 통과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못한 담뱃값 인상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2004년 이후 정체된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정치권과 관계부처, 여론의 반대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유럽연합(EU)산하 담배규제위원회(Exercise Duty on Tobacco)가 OECD 22개국의 담뱃값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가 2500원으로 가장 저렴한 반면, 흡연율은 우리나라가 22개국 중 2번째로 높았다.

보사연이 지난 3월 발표한 '2011년 담배안전관리 및 흡연예방 정책연구'에 따르면, 금연구역 확대 등의 비가격정책과 함께 담뱃값이 최소 4500원(2000원 인상)이 돼야 2020년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의 목표인 성인남성흡연율 29%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는 담뱃값 인상문제가 포함되지 못했지만 복지부는 흡연 억제효과를 가장 크게 나타낼 수 있는 정책이 담뱃값의 대폭적인 인상, 즉 가격정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여론수렴 과정과 관계 부처, 국회와의 논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