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추위에 도내 유통가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장철 특수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손님이 뚝 끊겼고 반면 난방시설이 갖추어진 대형마트는 겨울 난방용품 등의 판매 호조로 신바람이나 활기에 차있다.

22일 오전 남부시장. 일찍 찾아온 추위 탓에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둘러 본 시장엔, 좌판을 벌여 놓은 채 추위에 연신 손을 부벼 대는 할머니와 가벼운 장바구니를 든 주부 몇 명만이 스쳐 지나갈 뿐 시장 전체가 한산했다.

난방을 위해 설치된 아케이드도 무용지물, 추위에 매운 바람은 상인들의 마음을 할퀴고 있었다.

시장에서 옷 가게를 20년이 넘게 운영하고 있는 고모(63)씨는 "예년에는 이렇게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오히려 손님들이 부쩍 늘었었는데 경기 탓인지 아니면 마트나 백화점으로 다 몰려가는지 손님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김장 준비를 하러 나온 나이 든 몇 사람의 아주머니를 제외하고 시장은 가벼운 장바구니 만큼 이나 텅 비어 있었다.

중앙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57)씨는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시장통이 김장 준비하는 손님들로 북적북적 했다"며 "올해는 채소 가격만 물어볼 뿐 구입은 하지 않고 양념용 채소만 조금씩 사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점포별 매출도 곤두박질 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상인 대다수가 경기침체에 경영난 악화로 생기 없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김장재료를 판매하는 상점들은 예년에 비해 매출이 20% 가까이 줄었다고 귀띔했다.

같은 날 서신동 대형마트.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은 이미 장을 보러 나온 고객들의 차량이 즐비했다. 매장 안은 겨울용품을 사러 나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특가 상품으로 내놓은 배추는 이미 동이 났고 계산대별로 5-6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중화산동에 사는 주부 장모(41)씨는 "날씨가 추워지니까 대형마트에서 필요한 물건만 빨리 골라 집에 가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달리 추위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전주에서 오랫동안 유통업체를 운영해 온 이모(54)씨는 “요즘 지자체에서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시장을 개 보수 하고 현대화하는 작업 위주라 전통의 묘미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시설은 좋아지고 다 준비되어 있는데 정작 찾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전통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근본적인 묘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병선기자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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