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하씨 作 '나무할머니의 예날이야기' 출간


“전주 평화동 학산 골짜기에 있던 작은 버드나무가 맛내골 정자 옆으로 옮겨와 자리 잡게 된 이유를 아시나요? 바로 버드나무가 뱀들에게 은혜를 베풀었고 고마움을 보답하려는 뱀들의 도움으로 현재의 자리에 서있게 됐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이 나무는 바로 수령 450년이나 되는 맛내골 정자 옆에 있는 왕버들(전주시 보호수 9-1-13). 이처럼 전주의 오래된 나무마다 간직하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해 낸 책이 출간됐다.

‘신아 아동문학선 65’권으로 출간된 전주시 보호수 스토리텔링 작품인 ‘나무할머니의 옛날이야기’(1만3천원)는 모두 20편의 나무이야기를 담고 있다.

왕버들 외에도 자신이 도와 준 마을 처녀를 짝사랑한 도깨비의 순정(수령 500년 어은골 팽나무 9-1-6), 장난치다 사람을 죽여 구렁이가 된 산신령의 비극(수령 400년 용와리 정자 왕버들 9-1-12), 집안 대를 이어준 며느리의 슬픈 사연(수령 340년 다가공원 느티나무 9-1-8)은 할머니가 머리맡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낸다.

정자나무 아래 쓰러진 선비를 극진히 보살펴 아름다운 사랑을 이룬 착한 아가씨(수령 300년 원동 회룡마을 느티나무 9-1-33-1), 나뭇가지를 자르지 않아 큰 복을 받은 마을사람(수령 300년 대정마을 왕버들 9-1-28), 남편에게 오해 받아 숨진 헌신적인 벙어리 아내(수령 350년 경진전 담장 참죽나무)이야기는 보호수 스토리텔링을 뛰어 넘는 교훈을 던져준다.

이처럼 보호수에 얽힌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는 서양화가 이일순의 그림을 통해서도 또 한번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고등학교 동문(이일여고)인 두 작가의 척척 맞는 호흡이 책 읽는 재미를 다 한다.

한편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왕버들, 은행나무, 참죽나무, 팽나무, 회화나무의 생태 이야기는 숲 해설사인 유주리의 설명으로 소개돼 있어 눈길을 끈다.

글을 쓴 시인 김한하는 “보호수는 그냥 나무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모든 역사를 간직한 살아있는 보물이다”며 “그렇게 수 백 년 동안 우리와 역사를 함께 해 온 나무들이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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