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불이익 두려움 때문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공공기관 직원 10명 중 9명은 인사고과상 불이익이나 소문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그냥 참고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9~10월 공공기관 직원 7957명(일반직원 2015명·성희롱 업무담당자 59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공공기관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자의 90% 이상이 성희롱 피해 대처방법으로 '그냥 참고 넘어갔다(여성의 경우 92.9%)'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업무 및 인사고과상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29.0%)'나 '해결 가능성이 없다(27.5%)',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17.4%)',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14.5%)',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거나 몰라서(7.2%)' 순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 직원은 성희롱 개념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 성별 간 차이가 있고 자신이 속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었다. 전체 조사대상 중 50.2%가 우리 사회의 성희롱 실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내 성희롱이 심각하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3.2%에 그쳤다. 성별로는 남성의 38.2%가 심각하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64.8%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서도 남성의 경우 1.4%만이 심각하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5.4%가 심각하다고 답해 성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최근 1년간 타인의 성희롱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4%이며, 본인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였다. 피해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남성에 비해 여성이,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이, 19~29세의 연령집단이 더 많았다.

성희롱이 발생한 기관의 비율은 2010년 1.3%, 2011년 1.8%, 올 상반기 1.7%였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대학과 공직유관기관, 초·중·고 순으로 높았다.

성희롱이 주로 발생하는 곳은 '회식장소'였다. 또 상급자가, 언어적 또는 신체적 성희롱을 많이 하고 특히, 학교의 경우 '교수(또는 강사)와 학생'간 발생하는 성희롱의 비중도 높았다.

한편 공공기관 내 성희롱 사건 처리를 위한 별도의 업무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기관은 전체의 65.7%에 달했다. 하지만 초·중·고를 제외하면 약 45.7%의 기관만이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공기관의 연간 성희롱 예방교육은 평균 2.2회 실시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성희롱 예방교육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기관은 0.6%에 불과했다.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율은 92.4%로 매우 높은 수준이며, 기관장의 참석 여부도 평균 95.0%로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또 공공기관 내 성희롱 관련 전담기구와 전임상담원이 모두 있는 기관은 전체의 86.5%이며, 자체규정을 가지고 있는 기관의 비율도 84.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성희롱 방지조치가 비교적 잘 돼 있는 기관은 대학이며, 지방자치단체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여가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공공기관 성희롱 방지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고, 사건 발생 시 피해자 관점에서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월구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성희롱 관련 현행 법령들은 성희롱의 개념을 '고용관계'에 한정하고 학생과 학생 간 성희롱, 가해자가 학생이거나 외부인일 경우를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향후 이러한 법적 개선을 비롯해 성희롱, 성폭력 등 모든 여성폭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예방교육을 세심히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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