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 혁신만이 골목상권 살리는 지름길
유통구조 혁신만이 골목상권 살리는 지름길
  • 김대연
  • 승인 2012.12.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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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 SSM 규제 소상공인 보호되나
▲ 법사위 제2법안소위에 계류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지정~오전 8시'에서 '밤10시~오전10시'로 4시간 확대하고, 의무휴업일도 3일 이내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내년 2월 25일부터 박근혜 신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변화의 바람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도 여러 정책과 방향의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이중 박 당선인의 경제공약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던 유통법 개정안 통과를 비롯한 골목상권 살리기에 대한 움직임에도 기존과는 다른 양상의 변화가 예상된다.

▲박근혜 당선인 “골목상권 살리겠다”

박 당선인은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을 규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영세사업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당시 연설 공약에서 “골목상권 문제는 가장 시급한 민생현안이자 우리 사회가 공정한 경제로 나가는데 꼭 필요한 과제”라면서 “골목상권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정책 미비도 있지만 있는 정책을 그대로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도 운영에 허점이 없게 꼼꼼하고 빈틈없이 챙겨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박 당선인은 대형마트 사전 입점 예고제를 비롯해 카드수수료, 백화점 등의 판매수수료, 은행수수료 등 3대 수수료를 인하해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전통시장의 시설 현대화에 정부의 부담비율을 늘리기로 하는 등을 공약했다.

이를 위해 박 당선자는 기존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의 기능을 통합해 ‘소상공인진흥공단’을 설치하고 ‘소상공인진흥기금’을 운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골목가게와 전통시장의 상업기반 시설 현대화 등을 위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적용시한을 2016년까지 연장하고 전통시장에서 유통되는 ‘온누리 상품권’발행규모를 2017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 대형마트 규제 방향은

△신규 출점 제한= 박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억제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신규입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당선인은 그러나 이 같은 규제가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중소상인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 일정한 시기에 한정된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업계 안팎에선 박 당선인의 입장이 기존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내놓은 ‘신규 출점 자제방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유통산업발전협의회는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달 2015년까지 인구 30만 미만 중소 도시에서는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을 포기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 기준이 인구 10만명 수준으로 30만명 이상 도시는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만큼 사실상 출점 포기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유통업계에서는 박 당선인이 기존 협의사항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 틀을 존중하는 선에서 다음 정부 정책을 구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유통법 개정 전망= 박근혜 정부가 당장 부딪힐 쟁점법안 중 하나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다.

법사위 제2법안소위에 계류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자정~오전 8시’에서 ‘밤10시~오전10시’로 4시간 확대하고, 의무휴업일도 3일 이내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의무휴업일을 3일로 늘리는 데에는 합의했지만 영업 시간 제한에서는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맞벌이 부부들의 생활과 납품업체 상황을 고려해 영업시간을 두 시간 늘려 ‘자정∼오전 10시’에만 영업시간을 제한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임의로 고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새누리당이 현재의 유통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인 만큼 다음 정부에서 법 개정이 이뤄진다 해도 어느 정도 수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핵심 쟁점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도 현재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 제시한 상생안 수준에서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다. 현재 대부분 대형마트는 상생안에 기초해 매달 둘째와 넷째 수요일 자율 휴무를 시행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한 손질과 보완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의견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본다”며 “다소 유통업체에 유리한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유통법 실효성 논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필요하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법안만으로 실제로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에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중이다.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한다고 해도 재래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많지 않아 골목상권 보호효과는 높지 않고 오히려 소비를 감소시켜 내수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요일 강제휴무도 주말에 주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농민이나 중소기업, 임대상인 등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나오고 있다.

따라서 재래시장 현대화, 품질 및 서비스 향상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골목상권을 살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당선인의 새로운 정부에게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한 대형마트 규제에서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박근혜 정부 정책…업계 반응

△전통시장·영세상인 지원 대폭 강화…소상공인 “희망이 보인다”= 전북지역 자영업자 수는 27만2천명. 도내 경제활동인구(88만1천명)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절대적이다.

역대 정부 모두가 소상공인 보호와 육성을 외쳤지만 결과적으로 박수 받지는 못했다. 대부분 장기적인 육성 대책 없이 정치적 득실을 고려해 일방적 퍼주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박 당선자는 스스로 3불 문제 해결, 유통법 통과 등을 거론하며 공약 실천을 거듭 강조한데 대해 소상공인들은 “희망을 봤다”며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주시 평화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조모씨는 “그동안 SSM와 경쟁하기 위해 마진을 줄이다보니 매출은 반토막이 됐다”며 “하지만 박 당선자가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공약했던 약속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에 막연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반드시 소상공인과 영세업자들의 고유 영역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 규제는 소폭 완화…안도의 한숨= 대형마트 측은 영업시간 규제 움직임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는 보통 오전 8시에서 자정까지 영업한다.

정치권은 이를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로 4시간 단축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악은 면했지만 앞으로 법적 규제보다는 업계 이해당사자 간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상생하는 방안으로 가는 게 맞다”며 “새 정부가 협의회 방안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상인연합회를 협상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게 최대 관건”이라고 밝혔다.

▲“자생할 수 있는 토대 키워야”…유통 전문가들의 제언

△무작정 지원은 예산 낭비 우려= 대선 공약을 통해 본 박 당선인의 소상공인 지원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대형 마트 규제는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소상공인에게 다양한 지원책을 펴는 것이다.

대형 마트는 소상공인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한다. ‘사전 입점 예고제’가 구체적 실천 방안이다. 소상공인 지원책으로는 ‘소상공인진흥기금’이 대표적이다.

전통시장 소비 활성화를 위해 ‘온누리 상품권’ 발행 규모도 2017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작정 지원을 늘리면 ‘예산 퍼주기’ 논란이 일어날 뿐 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 정부에서 무작정 대형마트를 규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밑그림 없이 단기 지원금만 늘리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 이후 재래시장 매출은 오히려 1%쯤 줄었다.

대형마트 매출도 감소해 별 효과 없이 내수만 위축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온누리 상품권 확대는 취지가 좋지만 사후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유흥업소·주점·마사지 업체 등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이 될 수 없는 업소가 627곳이나 가맹점에 포함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유통 구조 바꿔 가격 경쟁력 높여야= 전문가들은 시설 등 인프라 지원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혁신하는 게 골목상권을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방안 중 하나는 소상공인 전용 물류센터 설립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농산물 소매 가격 중 평균 42%가 유통비로 들어간다. 그만큼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대형마트는 산지(産地) 직거래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자금력이 없는 영세 상인들은 도매시장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 물류비와 운송비가 붙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전용 물류센터는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평균 4~5단계를 거치는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여준다. 또 전문가들은 도매시장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내 한 유통전문가는 “도매시장 간 경쟁이 없다”며 “지역별로 도매시장을 여러 군데 만들어 신선식품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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