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근 '영랑 시 전편 해석' 펴내

정치사회적 현실에 눈 감고 달콤한 순수서정의 세계에만 몰입한 시인일까? 문학평론가 오하근에 따르면 영랑은 이름에서 성을 생략할 정도로 극도의 절제력으로 언어를 다뤘다고 한다.

또 그의 시작품 87편 가운데 한시의 절구와 같은 4행시가 전체 29편이나 되고 그 밖의 시도 대부분 짧으며 산문에서도 언어를 대하는 그런 결벽증의 흔적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긴축된 언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 오하근
이같이 그는 시인으로서 당연한 행사로 압축된 시어로 함축된 의미를 시에 새겨 넣었는데 이 때문에 그의 시는 해석상 많은 오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듯하다는 것. 여기에 율격을 가늠한 예스런 표현과 향토색 짙은 방언, 맛깔스런 낱말을 골라 갈고 다듬은 시어법이 영랑 시의 난해성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랑 시의 논의가 ‘시어를 형성하고 있는 음성적인 특질이 율격에 기여하는 정도를 지적하면 되는 수준’으로 끝나기 일쑤란다.

또한 영랑은 일제 강점기 말 많은 작가들이 친일문학에 허리를 굽힐 때 누구보다도 격한 저항시를 쓰다가 아예 붓을 꺾음으로서 가정 서정적인 시인이 가장 저항적인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며 현실에 순응한 서정시인으로만 인식되는 것은 올바른 평가가 아니라는 것. 이런 논란과 관련 오하근은 “텍스트의 의미를 모르고 평가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말하며 “영랑 시에 대한 평가는 텍스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작업부터 선행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펴낸 것이 바로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영랑 시 전편 해석’(작가. 2만원)이다. 책 이름에 ‘평설’이니 ‘해설’이니 ‘감상’이니 하는 이름을 버리고 ‘해석’을 택한 것은 ‘해석’을 이들에 선행하는 ‘해독’ 정도의 작업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영랑의 맨 처음 시 ‘동백 잎에 빛나는 마음’(1930년 3월 ‘시문학’)과 맨 마지막 작품 ‘오월 한’(1950년 5월 ‘신천지’)등 모두 87편의 작품과 해석이 수록돼 있다.

오하근은 현재 원광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며 저서로 ‘김소월 시의 성상징 연구’, ‘김소월 시어법 연구’, ‘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 ‘전북 현대문학(상-하)’등이 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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