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투병중 튜브 뽑아내 회복 희박-정신고충 고려

2008년부터 폐암으로 투병생활을 해온 아내의 계속된 병원생활. 남편 A(82)씨는 더 이상 아내가 회복될 거란 희망을 찾지 못했다.

결국 A씨는 아내의 생명줄이었던 산소 호흡기를 떼 내 사망케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남편에게 선처를 베풀었다.

A씨의 아내 B(75)씨가 고령의 폐암말기 환자로 회복가능성이 희박했고, 숨지기 직전 의식이 거의 없었던 점을 정상 참작했다.

뿐만 아니라 유족들 모두 당시 B씨의 임종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점, A씨 역시 아내를 떠나보내고 정신적으로 힘겹게 생활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실제 B씨는 2008년 1월 폐암 4기 판정을 받아 수차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2012년 4월 상태 악화로 응급실에 입원을 했고, 다음달 4일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러자 A씨는 지난해 5월5일 오후 3시27분께 전북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내 B씨의 산소 호흡기를 떼어내려 했지만 병원 간호사들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아내가 치료를 받더라도 더 이상 회복될 가망이 희박하다는 생각에 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A씨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A씨는 B씨에게 연결된 인공호흡용 기도삽관 튜브를 손으로 잡아 뽑아 이날 오후 3시39분께 아내는 질식사했다. 이에 A씨는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1일 A씨의 재판을 진행한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현석)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는 권고형(징역 6년~징역 15년)의 하한보다 낮게 정해진 형량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미 회복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피해자를 오로지 집에 데려가야겠다는 일념 하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폐암으로 투병생활을 해온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양형기준을 벗어나서 권고형의 하한보다 다소 낮게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자신의 아내인 피해자를 그 누구보다 존중하고 보호해 줘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내를 사망케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살인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라는 것이다.

/윤승갑기자 pepe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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