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최고를 찾아서

▲ 국내에서 유일하게 축구인의 이름을 건 대회인 '금석배 전국 학생 축구대회'가 16일부터 열전에 돌입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축구인의 이름을 건 대회인 ‘금석배 전국 학생 축구대회’가 22회째를 맞았다.

지난 1992년 처음 창설된 이후 전국 학생 축구의 대명사로 자리해 온 ‘금석배’는 인재 양성을 위한 대회로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이번 대회는 초등부 40팀과 고등부 35팀이 참가하여 16일부터 열전에 들어간다. 고등부는 채금석 옹의 출신 학교이자 전통의 강호인 경신고를 비롯하여, 한양공고와 광주 금호고, 부평고, 신갈고, 운호고 등과 전북의 명문인 전주공고와 제일고가 출전한다.

초등부에서는 지난 대회 우승에 빛나는 군산 구암초와 전주 조촌초 등과 함께 올해부터 대한축구협회의 방침에 의해 대회 출전의 문호가 개방된 순수 축구클럽 7개팀이 출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금석배’는 치열한 대회 출전팀 유치 경쟁을 벌여 왔다. 올해는 특히 군산지역에서 바라는 스포츠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출전팀 제한 방침에 의해 대회의 양정 팽창이 어려워진 지금, 지역에서 바라는 규모로 대회가 치러지긴 어려운 게 현실이 고민이다. 매년 열흘 정도 기간 동안에 열리는 대회의 규모만으로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영구 유치해 놓은 이 대회를 한국 학생 축구대회의 대표격으로 키워 나가는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대회의 위상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축구협회와 군산시, 그리고 축구인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 군산 영구 유치 이후 4년, 스포츠 마케팅의 시련기 오직 축구인을 길러내기 위해 살다간 채금석 옹을 기리기 위한 전북에서 단 하나뿐인 대회가 바로 ‘금석배’이다. ‘금석배’는 지난 2007년까지 군산, 전주, 익산 등 전북지역을 순회하며 열렸다.

군산에서 후진 양성을 위해 살았던 채금석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8년 9월7일 군산시와 전북축구협회가 협약을 통해 군산에서 영구 개최키로 했다.

그 이후 4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축구 지형도도 많이 바뀌었다. 대회 초기에는 초등 · 중등 · 고등부가 동시에 열리는 메머드급 대회로 치러졌다. 대회 기간 중엔 축구선수와 학부모, 관계자들로 군산시가 들썩였다.

지역 경기에도 상당한 긍정적 효과로 나타났다. 스포츠 마케팅이 지방자치단체들의 화두로 자리잡아갔다. 그러나 전국 규모의 학생 축구대회가 방학 중에만 열리면서 이 대회 또한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 시련기를 맞게 된다.

지난 2008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 그리고 대한축구협회가 공동으로 한 ‘학교 축구 활성화사업 추진 계획’에 의해 학기 중 전국규모의 축구대회는 폐지되었다. 지금의 지역 리그제도와 연말 왕중왕전으로 전환된 게 그 때부터이다.

전국 규모의 학생 축구대회가 주말리그의 정착과 함께 방학 중에만 열리고 있는 현실에서 금석배 또한 치열한 경쟁을 치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 학생 축구대회와 축구 문화가 공존하는 대회로 발상 전환 되어야 국내에서 2월 중순부터 열리는 2013년도 전국 학생 축구대회만 해도 7개 대회나 된다.

같은 기간에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가 여러 곳에서 열리면서 주최하는 시도협회와 자치단체의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올해 금석배는 초등부에는 40팀, 고등부는 35팀이 참가 신청서를 냈다. (중등부는 고등부와 격년제로 치러지기 때문에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타 도시에서 치러지는 대회와 비교해볼 때 참가팀의 규모면에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이 기간에 초등부, 유소년 대회가 제주에서 열리는 칠십리배 전국 유소년대회와 대구광역시장기 외엔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통의 명문들과 강호들이 대거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른 대회로 눈을 돌리고 있는 고등부의 강호들을 금석배로 끌어들이는 일 또한 앞으로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 김해애서 열리는 53회 청룡기 전국고교 축구대회와 경북 울진에서 열리는 49회 춘계 전국 고교 축구대회와 비교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금석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통의 강호들이 이 대회의 가치를 인식하고 대회 때마다 출전 신청이 쇄도할 수 있도록 명문 대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더불어 대한축구협회와 협의하여 최소한 초등부 대회만큼은 출전 팀 수 제한을 푸는 방안이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

전국 대회에 출전 팀들을 섭외하고 참가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협회 관계자는 지적하고 있다. 예전에는 참가 희망 팀들이 서로 접수하려고 눈치를 보았다면 요즘엔 협회 관계자들이 이른바 ‘도시락’ 싸들고 쫓아다녀야 참가 팀 수를 맞출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체육대회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의 경쟁 관계가 치열해졌음을 의미한다. 그 방법을 놓고 대회 주최 측인 전북축구협회와 후원하는 군산시가 고민해야 된다.

어린이(유소년)들에게 기본기를 가르치면서 재목으로 키웠던 채금석 옹. 그 뜻을 본받아 지역과 상생하는 대회, 축구와 문화가 공존하는 대회, 축구인 채금석 옹의 철학과 가치가 살아 있는 대회로 만들기 위해 서로 손잡고 나아가야만 될 때이다.

◇. ‘금석배’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 선행되어야 ‘금석배’ 의 주역인 채금석 옹은 1908년 4월 군산시 성산면에서 태어나 91세에 타계했다.

구암교회 선교사들의 경기를 보고 축구에 입문하여 영명학교를 거쳐 서울 YMCA 청학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이후 경신학교(지금의 경신고)에 입학하면서 전국 대회를 석권하게 된다.

경성 축구단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면서 바람처럼 바르다고 하여 별명으로 ‘오토바이’라 불렸으며, 해방과 함께 고향인 군산으로 돌아와 오로지 후진 양성에만 몰두하였다.

영명학교 운동장(지금의 구암동 세풍아파트)에서 장대비가 내리는 날을 빼곤 눈을 쓸어가면서까지 아침, 저녁 운동에 나섰던 채금석 선생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년 동안 지금의 클럽축구처럼 군산지역의 축구계를 이끌어 가신 게 바로 그 분이었다.

방학이나 휴가철에 아침 운동에 나서면 흔히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제자들도 함께 나와서 운동하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그들 또한 처음 축구에 입문할 때처럼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선생님이 차 주는 볼을 받곤 했다.

유독 인사이드 패스(기본기)를 강조했던 게 선생님 생전의 모습이었다. ‘금석배’가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축구 정책 아래에서는 자칫 위상이 격하될 우려도 높다.

전북협회는 대축을 상대로 출전 제한을 확대하는 데 노력해야 하고, 군산시는 지역 협회와 함께 축구를 통한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축구와 문화가 공존하는 대회로 자리 잡아 나가야만 전북과 군산의 축구계가 사는 길이라는 게 체육계의 한 목소리이다.

한 축구인의 제자들이 모여 ‘도전과 열정’으로 만들어 낸 이 대회를 ‘봉사와 희생’이라는 정신이 살아 있는 대회로 키워나가는 게 미래를 위한 중요한 가치이다.

/군산=채명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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