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 곳/치명자산의 동고사 중바위

▲ 치명자산은 대한민국 대표 순례길이다.

숲이 내게로 오지 않아 내가 숲으로 갑니다. 새 한 마리 길 열어 주니 두렵지는 않습니다.   때로 바람이 음흉하게 휘돌아 몰아치고 마른 까마귀 카악카악 울며 죄를 물어와두근 거리는 심장을 안고 가야할 때 있습니다.

어느 순간 바람도 잔잔하여지고 까마귀 울음소리도 찾아 들면 멀리 앞서가던길잡이 새 나를 기다립니다....   때론 두려웁지만 숲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시집(푸른생으로의 집착)중에서..  

기차를 타고 차를 끌고 멀리 떠나야만 좋은 곳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유명한 명소를 찾아다니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왕복 짧게는 40분 길게는 한 시간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연을 즐기며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산책로가 있다.



치명자산에 위치한 동고사 중바위가 바로 그곳이다. 치명자산은 도보순례와 차량 순례를 하기 위해 전국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 대표 순례길이다.

교동 버스종점을 지나 군경묘지에 차를 주차하고 동고사 중바위를 향해 걷다보면 돌탑이 먼저 눈에 띤다.

등산객들이 소원을 빌며 하나둘 쌓은 돌탑이 2미터는 족히 돼 보인다. 돌탑을 뒤로하고 위로는 동고산성 오른쪽으로는 중바위로 가는 갈레길이 나온다 안내문을 따라 동고사로 가는 길은 S자 모양으로 잎이 앙상한 나무숲 사이로 굽어져 있다.

 

굽은 길의 끝은 동고사 대웅전이다. 이곳은 신라 헌강왕 2년 도선 스님이 창건 했으며 전주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하여 동고사라고 칭했다고 한다. 동고사 앞에는 수십 년은 된 듯한 대나무 숲이 있다.

대나무 마다 이곳을 찾았던 이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나무 숲을 지나면 가파른 계단이 눈앞에 들어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발끝에 시선을 고정하고 계단을 세어가며 오른다.

 

하나 둘 ....... 백오십사, 백오십오 드디어 계단의 끝이다. 허리를 펴고 앞을 보니 드디어 중바위가 보인다. 중바위에는 먼저 온 등산객들이 전주시가지를 병풍삼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전주시의 아름다운 전경이 30여분을 걸어온 고생쯤은 금새 잊게 해준다. 산에서 만난 이들은 정도 많다. 집에서 직접 달여 온 오미자차를 한잔 건네며 말을 건다.

끝이 보이지 않게 시원스레 뻗어있는 전주시를 배경으로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눈으로 전해지는 즐거움과 직장생활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한번쯤 동고사 중바위에 올라 내가 사는 전주를 눈으로 담아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이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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