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엔저 겹쳐 이중고 제품 인상 사실상 어려워

전주산업단지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최근 환율하락으로 수출액이 예년에 비해 10%가량 줄어든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 A씨는 “수출단가 인상이 절박하지만 단가를 올리면 매출액 감소로 이어질 것이 뻔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원고(高)-엔저(低)’에 시달려 온 도내 수출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나 이중고를 겪고 있다.

17일 도내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주요 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올 들어 지난해 말보다 3∼9% 상승했다.

대표적인 국제 원자재 가격 지수인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는 지난 1월에만 3% 올랐다. 지난해 10월 이후 300 밑으로 내려갔던 CRB지수는 지난달 17일(300.33) 300선을 돌파한 뒤 반등세를 기록했다.

특히 올 들어 오른 금속은 백금·아연·니켈 같은 원자재로, 하나같이 산업용 원자재들이다. 백금은 배기가스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자동차 부품에 쓰이고, 아연은 자동차 강판의 원료이며, 니켈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만들 때 들어간다.

백금의 경우 지난해 말에 비해 10.2%올랐으며, 니켈은 t당 가격이 1만8천650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8.7% 치솟았다. 또 주석은 t당 2만4천945달러로 6.6%, 아연 5.2%, 납 4.8%, 구리 4.5%, 알루미늄은 2.2% 각각 올랐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향후에도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투자 심리 확산과 수급 이슈로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수출업체들은 수출액 급감과 원자재가 상승의 이중고를 겪지만 풀어나갈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그나마 수입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급등세를 타고 있는 원자재 가격 부담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제조업체 1천325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기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가장 큰 경영 애로요인으로 내수부진에 이어 9개월째 원자재 가격 상승(37.5%)이 차지했다.

기업들은 원자재값 급등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할 상황이지만 원청업체가 난색을 보이고 있어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안정적으로 움직였던 원자재 가격이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중동 불안이 다소 완화되고 유럽 정치불안 요인이 부각돼 일부 원자재 품목의 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전반적인 세계경기 회복 추세로 원자재 가격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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