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시집 '따뜻한 외면'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 나뭇잎 뒤에 매달려 비를 긋는 나비를 작은 나뭇잎으로만 여기고/ 나비 쪽을 외면하는/ 늦은 오후’ <‘따뜻한 외면’ 전문>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마취하는데 급급한 이 시대의 힐링 열풍에 진정한 치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복효근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따뜻한 외면’이 출간됐다.

일상 속의 현상과 사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시집 ‘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8천원)은 작은 존재로부터 깨닫는 삶의 의미와 세계에 대한 이해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63편의 서정시로 꾸며졌다.

시인에게 삶이란 혁명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일지라도 주어진 길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다.

시집 ‘따뜻한 외면’에서 이 결연한 수용의 태도는 “거친 물살에 제 살을 깎으며” “아픈 지느러미를 파닥여야 하”(‘성(聖) 물고기’)는 물고기나 “때론 3미터도 넘게 쌓인다는 눈”을 “다만 견딜 뿐”(‘자작나무 숲의 자세’)인 자작나무처럼, 저마다 고단함을 인내하는 사물의 이미지로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자포자기나 수동적인 자세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오히려 생을 귀하게 여기는 성찰의 결과이다. 시인은 아픔을 받아들이는 것이 삶의 성숙을 위해 필요한 수행의 과정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한 번 부러졌던 뼈처럼/돌은 얼음의 뼈가 되어 얼음은 더 단단해”(‘얼음연못’)지듯 고통이 삶을 완성시킨다는 생의 진실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정직하게 마주하려 한다.
 
박두규 시인은 “자본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잃어온 것은 ‘사람의 온기’이다. 이것이 바로 복효근의 시적 성찰의 진원이기도 하다.

그의 시 한 편 한 편의 소재가 되고 있는 물고기나 달팽이, 게, 자작나무 숲, 공벌레, 종이컵, 장작, 매미, 수련, 소쩍새 등은 ‘사람의 온기’를 회복하는 매체들이다. 복효근의 시는 이 생명과 사물들 하나하나 속에 사람들이 그동안 ‘잃어온 것’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추천하고 있다.



▲ 시집 '따뜻한 외면' 출판기념회가 지난 16일 최명희 문학관 비시동락지실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복 시인은 199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를 비롯하여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을, 시선집으로 ‘어느 대나무의 고백’을 펴냈다.

편운문학상 신인상,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한편 시집 ‘따뜻한 외면’ 출판기념회가 지난 16일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지실에서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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